매일신문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 천막농성장 3천980일만에 철거

이주대책위,이주 대책 마련 요구하며 천막농성…철거 후 인근으로 옮겨 농성 계속 뜻 밝혀
한수원, 월성원전 부지내 설치된 농성장 철거 소송 제기…법원, 조정 통해 철거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가 2014년 8월 25일부터 11년째 이주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던 천막농성장이 17일 철거되자 황분희 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이 피켓을 정리하고 있다. 이주대책위 제공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가 2014년 8월 25일부터 11년째 이주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던 천막농성장이 17일 철거되자 황분희 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이 피켓을 정리하고 있다. 이주대책위 제공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가 월성원자력본부 부지 내 설치해 10년 10개월 동안 농성을 해 왔던 천막농성장이 17일 철거됐다. 주민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3천980일째다.

이주대책위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깨닫고 2014년 8월 25일부터 월성원전 홍보관 앞에 50㎡ 규모의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이주대책위 주민들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일반인의 출입이나 거주를 제한하는 원전제한구역 914m 기준 대상에서 빠진 월성원전 1km내 3개 마을 주민들로, 이주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면서 천막농성을 계속해 왔다.

이들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방사능 배출 문제, 그로 인한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과 암 환자 증가, 극심한 우울증 발생 등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었다"면서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이주대책위는 그동안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월성원자력본부 직원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모형 핵 드럼통과 자신들의 이름이 새겨진 관을 끌고 시위를 해왔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해 6월 28일 이주대책위를 상대로 월성원자력본부 부지 내에 설치된 천막농성장 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 토지를 이주대책위가 불법으로 점유해 천막을 치고 물건을 적치하는 등 토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토지점유 비용 300만원과 소송 제기일로부터 인도완료일까지 월 5만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이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조정을 통해 7월 21일까지 천막농성장을 철거하라는 화해를 권고했다.

이주대책위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개월이 지난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빨리 이주대책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천막농성장 철거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7월 3일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주대책을 마련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주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7월 3일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주대책을 마련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주대책위원회 제공

이주대책위 황분희 부위원장은 "10년 10개월여 동안 이어왔던 천막농성장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날 것 같아 차마 현장에 있을 수 없었다"면서 "환경부 조사 결과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의 염색채 변형(47.1%) 및 소변 내 삼중수소 검출 등 건강에 문제가 확인된 만큼 한수원은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 배출 등을 주장하며 이주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부위원장은 이어 "천막농성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72가구의 주민이 참여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5가구만 남았다"면서 "당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남은 5가구라도 방사능이 없는 곳에서 마음 편히 여생을 살 수 있고 싶다. 재산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한수원에서 토지를 매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주대책위는 철거된 천막농성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월성원전 부지 밖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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