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우경보 뚫고 열린 대구 서구 악취 간담회…'맹탕'으로 끝났다

대구시 등 각종 기관, 주민 120여 명 참석
"바뀌는 것 없다" 소극 행정 질타 이어져
주민들, 간담회 내용에 실망감 토로…"요식행위"

대구시는 17일 오후 서구청 구민홀에서
대구시는 17일 오후 서구청 구민홀에서 '서구 지역 악취관리를 위한 주민간담회'를 실시했다. 남정운 기자

대구시가 직접 서구 지역 악취 개선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개최한 주민간담회가 '맹탕'으로 끝났다. 현장을 찾은 주민들은 피해 호소와 함께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지만 참석한 행정기관들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시는 17일 오후 7시 서구청 구민홀에서 '서구 지역 악취관리를 위한 주민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대구시 기후환경정책과·수질관리과·섬유패션과 외에도 ▷서구청 ▷대구환경청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등 각종 행정기관이 참여했다. 당초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던 염색산단관리공단도 함께 단상에 올랐다.

서구 주민들은 호우경보가 발효된 궂은 날씨 속에서도 120석 상당의 자리를 가득 채웠다.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과 이금태 서구의회 부의장을 비롯한 서구의원 9명도 참석했다.

주민들은 서구 조례에 명시된 '악취대책민간협의회'가 지난해부터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서구청은 주민들과의 질의응답 끝에 지난해와 올해 협의회를 열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지난해부터 시에서 악취 개선 TF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운영하지 않았다"며 "악취 실태 파악을 위해 주 1회씩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에는 염색산단 이전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대구시 섬유패션과 관계자는 '염색산단 이전 타당성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이전 예정지에 대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색산단 입주 업체들의 이전 동의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업체들의 이전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면서도 "꾸준한 논의를 통해 이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다시 확인하거나, 배출기준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평리5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들이 각각은 기준치 아래라고 해도, 이를 동시에 흡입하면 유해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판례에 따라 서구 주민들에게도 건강 영향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한 서구의원은 "주민들이 실질적인 악취 피해를 계속 호소하는 상황에서, 행정기관들이 '기준치 이하'라는 답변만 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엄격한 배출 기준량' 제도 적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간담회가 끝난 직후, 대부분의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행정기관들의 답변이 하나같이 두루뭉술하고,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는 지적이다. 유관기관들이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간담회 진행을 주도한 대구악취방지시민연대 관계자는 "간담회에 참석한 행정기관들에게서 성의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주민들이 토로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매번 '시간이 걸린다' '검토 중이다' 같은 의미 없는 답변만 반복했다. 수 년째 달라지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서구 지역 악취관리를 위한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서구 주민들이 악취 저감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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