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명 없이 '부적합' 표시 뿐…알맹이 빠진 대구 소방점검 결과 공개

유도등·펌프 고장으로 부적합 판정 현장…관리자 "몰랐다"
전문가 "대피 필수 시설 고장땐 알려야…부분적 정보라도 공개 권유"

대구 소방당국이 매달 공개하고 있는 소방시설 점검결과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은 빠진 채 적합 여부만 알리는 데 그치는 수준이어서 건물 관리주체 측에 경각심을 주고 시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구동부소방서가 지난 1월 동구 한 공동주택에서 실시한 소방시설 점검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소방당국이 매달 공개하고 있는 소방시설 점검결과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은 빠진 채 적합 여부만 알리는 데 그치는 수준이어서 건물 관리주체 측에 경각심을 주고 시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구동부소방서가 지난 1월 동구 한 공동주택에서 실시한 소방시설 점검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소방당국이 매달 공개하고 있는 소방시설 점검결과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은 빠진 채 적합 여부만 알리는 데 그치는 수준이어서 건물 관리주체 측에 경각심을 주고 시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022년 화재예방법에 따라 소방시설 자체점검과 화재안전조사 실시계획과 결과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건물주나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소방시설 유지·관리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고, 그 건물을 이용하는 국민들도 위험 요소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공개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이다. 소방당국이 공개한 정보는 조사 이후 '적합' 또는 '부적합' 여부만 표시하고 있어 구체적인 위반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 점검 결과를 모두 공개할 경우 건물 관리자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달서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달 화재 안전조사 결과 유도등 고장과 소화 펌프 시설 오작동 우려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시설의 고장이나 안전 우려를 알리는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부적합 판정은 커녕 점검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곳 지하 2층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 A씨는 "워낙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소방안전점검을 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대형마트처럼 이용객이 많은 곳은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굳이 홈페이지까지 찾아보지 않더라도 관리자 입장에서 조금 더 신경 쓰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정보 공개 없이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특정 주요 장비에 대한 점검결과만이라도 공개토록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병수 대구가톨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히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시설은 유도등이나 피난 경보처럼 대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장비"라며 "다른 정보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핵심 시설이 고장났을 때는 세부 내용을 공개하는 등 소방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위반 사항을 알리면 건물주의 사익을 침해할 수 있지만 건물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엘리베이터나 주민 게시판 등에 소방당국이 위반 정보를 붙이거나, 주민들이 위반 점검표를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공개 범위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보를 공개 중"이라며 "향후 모든 공개를 공개하도록 법이 개정된다면 공개 범위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