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규제와 처벌 높이는 정부, 기업에만 책임 전가…현실 맞춘 정책 내놔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고강도 규제에 나선 이재명 정부의 기조로 인해 건설 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건설안전특별법 등 각종 기업을 옥죄는 법안의 제·개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주 4.5일제까지 추진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치권이 연일 산업 재해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현장 안전관리 지침을 재정비하고 보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 시공현장 안전관리 조치 및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규제 중심의 안전강화 대책 마련은 자칫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해 업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안전강화 대책이 없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다.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 4.5일제 도입 논의, 노란봉투법 등 건설업계를 옥죄는 법안들이 수두룩해 중대재해를 막는 것과는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주 4.5일제 도입과 건설산업의 대응 방안'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는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 주말 근무, 연장근무가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재 건설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되면 공정 지연, 공사비 상승,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정 건산연 연구위원은 "보완책 마련 없이 일률적으로 주 4.5일제가 적용되면 기업에 큰 부담"이라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은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는 노란봉투법도 우려가 크다. 하청근로자의 원청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이법은 노사 갈등, 연쇄파업, 공정 지연, 분양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우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다 보니 안전하고 조심해서 하라는 말이 입에 붙을 정도"라며 "사소한 사고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 정책보다는 각자 역할을 분담해 중대재해를 근절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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