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정부의 'RE100 국가산단' 1호 지정을 향한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공공 주도의 에너지 자급자족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민간 주도의 에너지 공급원 전환까지 '투트랙 혁신'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검증된 구미만의 경쟁력이다.
◆ 현장의 목소리 "RE100이 경쟁력"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RE100 요구가 수출기업에 '생존'의 문제가 된 가운데,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스마트폰 부품 제조기업 ㈜케이앤피는 RE100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든 선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케이앤피는 구미시의 지원을 받아 공장 지붕에 200kW급 태양광 설비를 구축, 친환경 전력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막대한 전기요금 절감 효과였다. 실제 이 회사가 부담하는 전기료는 전체 매출의 10%를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
박시연 대표는 "태양광 설비 가동 후 월평균 25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치솟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자구책이자 미래를 위한 필수 투자"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RE100 전환은 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됐다.
애플과 LG이노텍 등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친환경 생산 시스템을 인정받으며 공급망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케이앤피의 사례는 지자체의 지원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미의 '성공 공식'을 명확히 증명한다.

◆구미의 해법 '투트랙' 에너지 혁신
구미의 저력은 수요와 공급 양단에서 동시에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첫 번째 트랙은 케이앤피를 비롯한 107개 기업의 에너지 소비 체질을 바꾼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3년간 353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구체적인 성과로 증명된다.
참여 기업들은 자가소비형 태양광 설치와 고효율 설비 교체 등을 통해 연간 총 37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8천656톤(t)의 탄소 배출을 감축했다. 이는 소나무 약 130만 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효과다.
산단의 '에너지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그리드(MG) 플랫폼은 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까지 전 과정을 최적화하며,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등 첨단 기술까지 접목했다.
두 번째 트랙은 에너지 공급원을 교체하는 '민간 주도 에너지 대전환'이다. 30여 년간 가동된 GS구미열병합의 석탄 발전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두산에너빌리티의 최신 가스터빈을 장착한 수소-LNG 복합발전소가 들어선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장기적으로 100% 무탄소 그린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인프라다.

◆최적의 당위성 '미래 산업'이 선택한 도시
정부가 RE100 산단 조성에 나선 이유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 등 미래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주목할 점은 이들 미래 산업이 이미 구미를 차세대 거점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구미에는 2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확정됐고, 삼성SDS 역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의 핵심 산업과 맞물려 시너지를 낸다. SK실트론을 포함한 344개의 반도체 기업에 RE100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구미 하이테크밸리(5산단) 2단계 부지가 이미 보상을 마치고 기반 공사 중이라는 점은 구미만의 압도적인 강점이다. 다른 지역에 신규 산단을 조성할 경우 천문학적인 보상비와 시간이 소요되지만, 구미는 가장 시급한 '시간'과 '비용' 문제를 해결한, 즉시 착공 가능한 유일한 후보지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구미는 ▷현실화된 첨단산업의 수요 ▷검증된 에너지 솔루션 ▷즉시 착공 가능한 부지라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준비된 모델'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에 투자하는 것이 곧 ESG 경영의 완성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이겠다"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웨이퍼와 AI 데이터 서비스에 '메이드 인 그린 구미'라는 품질 보증 마크를 새겨 넣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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