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A(37) 씨는 지난 6월 10일 기아의 첫 전기밴 PV5를 사전계약했다.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차량을 여름 휴가철 캠핑에 맞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차량은 8월이 넘도록 출고되지 않았다. A씨는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산정 절차가 늦어지면서 차량 출고가 지연됐다. 9월 중순쯤 출고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그 사이 대구시 전기차 보조금 예산 소진 속도가 빨라져 애가 탄다"고 말했다.
A씨처럼 PV5 출고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8월 휴가철에 이용하려던 계획이 모두 무산됐다", "지자체 보조금이 소진돼 내년을 기다려야겠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PV5에 대한 보조금은 지난 13일 확정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환경공단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차량 정보가 등재된 이후 출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75억원이며 이 가운데 98%가 이미 소진됐다. 남은 예산으로는 약 90~100대 차량에 대한 지원만 가능하다. 현재 추세라면 이르면 이달 말 예산이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지난해 보조금이 11월에 들어서야 모두 소진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소진 속도가 더 빠르다.
그동안은 전기차 보급이 정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예산이 남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 불용액은 2022년 6천563억원에서 2023년 7천982억원으로 늘었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했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도 2021~2023년 증가하다 지난해부터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23년 1조9천180억원이었던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지난해 1조7천340억원에서 올해 1조2천420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보조금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만5천148대로 1년 전(1만5천56대)보다 67% 늘었다. 전체 신차 판매(15만419대)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전기차의 월평균 판매량도 1만6천960대로,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2022년의 월평균 판매량(1만3천707대)을 넘어섰다.
지역 완성차 판매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계약한 순서대로 차량이 출고되는데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보조금이 소진된 상황"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금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분들은 내년 이후로 넘어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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