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저항을 줄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전기차의 상징적 기능이던 '전자식 도어 핸들'이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며 각국에서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식 도어 핸들이 사고 시 외부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결함이 반복되면서, 도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곳은 중국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인 중국은 지난달 30일 '자동차 도어 핸들 안전규정' 초안을 발표하고, 기존 전자식 도어 핸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가 마련한 초안에 따르면 앞으로 출시되는 차량은 트렁크를 제외한 모든 문에 외부 손잡이를 장착해야 하며, 손으로 조작 가능한 최소 면적(60㎜×20㎜×25㎜)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모든 도어에는 기계적 수동 해제 장치를 포함시켜야 하고, 차량이 잠긴 상태이거나 배터리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도 외부에서 도구 없이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명시됐다.
해당 규정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되면, 신차는 시행 후 7개월 내, 기존 안전 인증 차량은 시행 후 19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도어 핸들의 안전성을 높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규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반복된 사고로 인해 전자식 도어 핸들의 구조적 한계가 도마에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중국 산시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에서는 전기차 '아이토 M7플러스'가 화재에 휩싸인 후 전자식 도어 핸들이 작동하지 않아 일가족 3명이 차량에 갇혀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같은 해 칭다오에서도 사고 이후 구조대가 숨겨진 도어 핸들을 찾지 못해 구조가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달 16일부터 테슬라 모델Y(2021년식)에 대해 예비 평가 조사에 착수했다. 전자식 도어 핸들의 결함으로 어린아이가 차량에 갇히는 사례가 보고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도어 핸들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전방위적 재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식 도어 핸들은 테슬라를 필두로 고급 전기차 브랜드에 빠르게 채택돼 왔다. 주행 중에는 도어 핸들이 차체 안에 숨겨져 있다가, 운전자가 키를 들고 차량에 접근하거나 도어 잠금이 해제되면 자동으로 돌출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 효율을 높이고, 차량 디자인의 매끄러움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급 차량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식 구조는 배터리 방전, 전자 시스템 오류, 충돌 등 특수 상황에서는 도어가 외부에서 열리지 않아 승객 탈출이나 구조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자 장치가 작동되지 않을 경우 핸들이 아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점차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폭스바겐은 자사 차량에 전자식 도어 핸들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테슬라도 기계식 기능을 병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어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전자식 도어 핸들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없다. 현대차는 싼타페 등 주요 SUV 모델에 기계식 돌출형 도어 핸들을 적용하고 있으며, 아직은 전자식 도어 구조가 제한적으로 도입돼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식 도어 핸들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은 무시하기 어려운 흐름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전기차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업계에서는 해외 규제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처럼 강력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국내 정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 기술이나 시스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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