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칼럼] 이재명 대통령의 길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널뛰기를 하듯 등락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정·청 갈등 양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정기국회 개회를 앞둔 정국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재편된 제1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이 대통령이 제의,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하는 것과 달리 야당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야 강경자세는 비정상적이다. 여당 대표가 야당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지지층만 바라보는 독선적인 정치를 고집함에 따라 야당은 국회 상임위 전면 보이콧을 선언, '강대강' 대치를 예고하면서 민생입법과 예산 심의라는 정기국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은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휘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굴할 정도로 '아양을 떤' 이 대통령이 정치 복원을 위해 국민의 힘 장동혁 신임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란특검 등 3대 특검의 몰아치기 수사 등으로 상대 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마저 자신의 지지층만 바라본다면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이미 첫 내각 인선 과정에서 교육부장관과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후, 후임 후보자들 역시 좌편향 행보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에 호의적이었던 여론이 반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맞닥뜨린 최대 위기는 여권 내 대통령 리더십 붕괴 시작이다.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민주당 진영의 '상왕' 김어준 씨 지지를 받은 정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박찬대 전 원내대표와의 대결에서 압승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급속하게 약화됐다. 개혁입법에 대해 속도 조절을 주문한 대통령실에 반기라도 든 듯, 여당은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했고 '추석 전 검찰청 해체'를 공언하면서 검찰청 법안도 몰아 부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초기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대통령의 입장이 여당에 의해 대놓고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임기 말에나 볼 수 있는 '레임덕' 현상이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의 대선대차표 요구에 부응, 강행한 조국·윤미향 사면복권은 조기 차기 대권주자 경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명·청·조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 대통령은 세간의 의혹처럼 그저 자신의 사법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재임 중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죄 외에는 형사소추되지 않고 진행되던 여럿 재판도 모두 중지된 상태다. 더 이상 사법 리스크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이 대통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따를 것을 고언(苦言)한다.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진영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고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밀고 나갔다. 진영이 극렬 반대한 '한미 FTA체결'과 '이라크 파병' 등은 노 전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보수진영에서도 노 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 것은 그 때문이다.

'미군은 점령군'이라던 이 대통령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운 것은 아부가 아니라 국익을 위한 위대한 '립 서비스'였다. 그런 이 대통령을 '대미 굴종 외교'라며 비난할 수도, 비난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국내정치에 돌아와서는 다시 '진영의 대통령' 노릇으로 돌아간다면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사법 처리의 악순환에 빠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불행해질 수 있다.

역사에 남는 좋은 대통령이 되는 길은 단순하다.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면 된다. 당장 여당의 반이성· 반시장· 반민주적 입법 폭주를 멈춰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선택한 길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페달을 밟고 있는 '정청래 자전거'는 즉각 멈춰 세워야 한다. 이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