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하영석] 4대강 재자연화, 전 정권의 업적 지우기가 아니기를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극심한 갈등을 야기했던 4대강 재자연화 문제가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등장했다. 생태계 복원, 수질 개선, 환경 회복을 목표로 금강과 영산강의 3개 보 해체, 2개의 보 상시 개방을 실행하였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오류가 다시 떠오른다.

규범적·환경적 관점에서 자연 생태계 보호와 친환경성 유지는 매우 중요하지만, 실증적·현실적 관점에서 반복적인 홍수 피해의 예방, 부족한 수자원의 보호, 삶의 질을 높이는 수변생태공원의 가치 또한 중요하다.

우리나라 4대강 유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1,340mm로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강의 최대 유량과 최소 유량의 비율을 보여주는 하상계수는 낙동강이 372로 독일 라인강의 14에 비해 매우 높다. 이것은 한국의 기후특성상 하절기에 집중된 호우로 홍수 유출량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하류 삼량진의 하상계수는 최대 93으로 낮아져 전보다 안정적으로 수량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과 2006년 사이에는 연평균 수조원의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된 낙동강 수계는 강의 준설과 정비로 총저수량이 확대됨에 따라 2020년과 2023년의 기록적인 폭우에도 본류의 홍수 피해는 거의 없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집중호우 일수는 17일 전후로 시간당 100mm 이상 발생한 곳이 9곳에 이르며, 일일 최대 강수량이 309mm에 이른 지역도 있었다. 지난 7월 발생한 집중호우로 57명의 인명피해와 1조 800여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의 복구비용으로 2조 7천여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물 폭탄을 퍼붓는 기후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생명을 담보하는 홍수 피해 방지와 물 관리 인프라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문제는 안보와 같이 죽고 사는 문제로 강의 생태계 보호나 회복보다 우선한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강 본류의 문제보다 상습적 범람이 발생하는 지천과 지류의 친환경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본류의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인구행동단체는 연간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량을 기준으로 1,000㎥ 미만은 물 부족국가, 1,000~1,700㎥ 미만은 물 스트레스국가, 1,700㎥ 이상이면 물 풍요국가로 분류한다. 한국은 1,453㎥로 주기적 가뭄을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인 물 스트레스국가이다.

'세계 물 보고서(UN)' 에 따르면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에 속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수입제품의 생산에 소요된 물(가상수)이 1인당 수자원량에 가산되어 물 부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한국은 강수량의 계절적 변동이 극심하여 가뭄에 취약하다. 시기를 불문한 돌발가뭄으로 농업과 생활 용수를 공급하는 큰 물그릇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세종보와 죽산보의 해체를 결정하자 지역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이유 또한 농업용수 부족과 가뭄대책 부재이다. 보의 물이 수로를 통해 댐이나 가뭄지역에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천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통합 물관리정보시스템인 '물모아' 플랫폼의 구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지금까지 4대강 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357개의 수변생태공원이 조성되었다. 강변에 산책로, 체육시설, 파크골프장, 자전거도로가 마련되어 시민들의 휴식·레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강변을 중심으로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변경제구역의 조성이 필요하다.

수변에 주거, 상업,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친환경 복합공간을 조성하여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유럽을 관통하는 RMD(라인-마인-다뉴브) 운하와 수변도시 건설시 강들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정비되었다.

반면에 완공까지 32년이 걸린 알트뮐 계곡 구간(34㎞)은 습지와 생태계 보호에 전체 사업비의 20% 이상을 투입하여 환경과 수변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개발되었다. 4대강 사업은 약 634㎞ 구간을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본류만 정비하였기 때문에 환경과 생태계 보호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보완하면 된다.

그러나 국정과제의 재선정은 거창한 정치적 구호이자, 전 정권의 업적 지우기로 보인다. 재자연화의 필요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행 활용 가치를 뛰어넘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편익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재자연화의 추진이 막대한 투자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가 송전망 미비로 길에 버려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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