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매력적인 사람일수록 더 잘해줄 것 같았다."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연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확산되고 있다. 외모보다 성격을 중시하는 흐름이라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과 기준이 얽혀 있다.
최근 미국 MZ세대 사이에서는 '슈렉킹(Shrekking)'이라는 새로운 연애 트렌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겉보기에 평범하거나 비주류로 여겨지는 외모의 사람과 일부러 데이트를 시도하는 현상으로, 이들은 "더 진심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이름은 200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에서 따왔다. 외형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슈렉이 주인공 피오나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에서 착안한 것이다.
틱톡, X(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이 연애 방식은 겉보기에 다소 역설적이다. "매력적인 사람보다 외모가 평범한 이들이 더 정성을 들일 것 같다"는 기대 아래 시작되지만, 실제 경험담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이용자들은 "잘생긴 사람은 불안하다. 매번 누군가에게 뺏길까 봐 초조해진다"거나 "평범한 외모의 사람과 만나면 더 소중히 여길 줄 알았는데 결국 똑같이 상처받았다"는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감정을 담아 "슈렉당했다(Getting Shrekked)"는 표현도 새롭게 등장했다.
그러나 트렌드의 저변에는 연애를 바라보는 불신과 불안, 그리고 외모에 대한 복잡한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뉴욕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는 "나는 원래도 오우거처럼 생겼다는 콤플렉스가 있다. 그런데 '슈렉킹'이란 말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일부러 못생긴 사람을 고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누군가의 '실험 대상'처럼 여겨지는 기분"이라고도 덧붙였다.
외모 기준을 낮추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가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외모에 따라 상대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외모지상주의라는 비판이다.
연애 전문가들도 이같은 흐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연애 코치이자 '이별 훈련소: 마음을 바꾸는 과학(The Breakup Bootcamp: The Science of Rewiring Your Heart)'의 저자 에이미 찬(Amy Chan)은 "외모가 덜 뛰어나다고 해서 상대를 더 배려할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슈렉킹은 오늘날의 연애가 얼마나 복잡하고 기대치가 혼재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상대의 외모보다 가치관, 감정적 성숙도, 인간적인 태도가 중요한 요소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관계 전문가 에마 하톤(Emma Hatton)도 "외적인 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연인이 되는 건 아니다"며 "누구든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그 외모가 어떠하든 간에 매력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연결은 비슷한 목표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런 관계 안에서는 외모보다 더 깊은 매력이 드러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외모를 연애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에이미 찬은 "연애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여정"이라며 "외모에 관계없이 타협할 수 없는 자신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모는 연애의 한 요소일 뿐, 상대의 태도나 진심을 보장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슈렉킹을 단순한 연애 방식으로 보기보다, 현대 사회에서 외모와 감정, 진심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혼란이 '슈렉킹'이라는 다소 특이한 트렌드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 새로운 연애 형태는, 외모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감정적 불안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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