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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심강우] 미소를 북극성으로 읽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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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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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테오의 뒷바라지가 없었어도 고흐의 성취는 가능했을까?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기 위해선 취미 생활은 접거나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게 취미를 뛰어넘는 필생의 열망이 담긴 업(業)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테오의 헌신에 대해선 웬만큼 아는 이들도 정작 테오의 아내 요한나에 대해 물으면 글쎄요,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요한나는 고흐가 세상을 떠난 뒤 고흐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책으로 묶어내는 등 고흐란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진력했다.

어떤 평자는 말한다. 요한나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고흐는 없을 거라고.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세상 일이란 게 불가항력에 의해 구동되는가 하면 일개인의 작심(作心)에 의해 방향이 바뀔 수도 있음을 요한나는 웅변으로 증명해 보였다.

이와 같은 사례는 찾아보면 한둘이 아니다. 춘추시대 제환공이 포숙아를 재상으로 임명하려 했지만 포숙아는 굳이 사양하고 그의 친구 관중을 추천했다. 포숙아도 보통이 아니지만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쾌히 재상으로 임명한 제환공의 도량도 예사가 아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잘 알려진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들에게 불법으로 비자를 발행해 준 미국 외교관 하이램의 도움이 있었기에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었다. 조선 실학의 거두 정약용은 또 어떤가. 오랜 유배생활로 심신이 피폐해진 그가 방대한 저서를 남길 수 있었던 건 성심으로 보필한 황상과 이청 같은 제자들의 신의(信義) 덕분이다.

문인들과의 교유를 통해 놀랐던 건 정치판에나 있으리라 여겼던 일종의 파벌 의식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점이다.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부터 누구누구 줄이니 어디어디 출신이니 하는 말까지 예사로 통용되고 있다. 심지어 등단 배경까지 내외를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하니 '문학의 순수성'이란 말이 무색하다 못해 참혹한 지경이 아닌가.

여하한 일이 있어도 문학의 고갱이는 '작품'이 돼야 한다. 그외의 것들은 그것의 외피를 장식하는 부속물일 뿐. 그러니 그게 어떤 장르든 한 예술가에 대한 평가가 진영논리에 저촉돼서는 곤란하다.

군자성인지미 불성인지악(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논어, 안연 제12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남의 훌륭한 점을 도와 빛나게 하고 나쁜 점은 이루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군자 대신 나(我)를 넣어 보자. 글쓰기는 고되고 외로운 작업이다. 설핏 건너온 미소 하나가 북극성처럼 빛나 보일 때가 있다. 문학인 모두가 서로의 테오가 되고 요한나가 되고 포숙아, 하이램이 되기를 원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하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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