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순례의 도시 네팔 카트만두가 화염에 휩싸였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성난 젊은이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부가 소셜 미디어 등 플랫폼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공산당 정부는 국민들에게 소셜 미디어 사용을 위한 실명 등록을 요구했다. 다수가 거부하자 유튜브와 페이스북, 틱톡을 포함한 26개 주요 플랫폼을 전면 차단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은 즉시 도화선이 됐다. 불씨는 이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었다. 권력층·부유층 부모의 지위를 통해 특권을 누리는 자녀 세대 '네포 키드'에 분노했다. "우리는 경기장에 들어갈 기회조차 없다. 그러나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승자였다"는 외침이 전국으로 번졌다. 최소 72명이 사망했고 전 총리 부인은 중상을 입었으며 현직 총리는 사임하고 도망쳤다. 전 대법원장이 이끄는 임시내각이 들어섰다. 국민의 분노가 공산당 권위주의 정부를 전복 시켰다.
네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팔과 비교도 안 되게 거대한 권위주의 체제의 중국에서도 비슷한 모양새의 균열이 보인다. 중국 청년 실업률은 17.8%에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방정부는 셀 수 없는 빚더미에 올라와 있다. 자국산 소셜 미디어만 사용할 수 있는 중국은 촘촘한 시스템으로 국민들의 옭아매고 있다.
학자들은 경제 성장으로 달랠 수 있는 권위주의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기준은 1인당 소득 1만 달러 언저리까지다. 그 전에는 빵과 일자리가 독재의 방패가 된지만 그 선을 넘으면 사람들은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한다. 한국도 그랬다. 1987년 항거가 폭발했을 때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몇 천 달러 수준이었으나 구매력 기준으로는 1만 달러 언저리에 다다르고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 공산당이 설계한 치밀한 체제를 언급하며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중국은 천문학적 부채와 인구 감소, 청년 실업, 만연한 부패, 그리고 권력 집중으로 인한 정책 경직 등 다섯 가지 축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인당 소득을 1만 달러 넘긴 채 권위주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소련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거라고 판단한 사람은 없었다. 철의 장막은 견고해 보였으나 그 이면은 벌겋게 녹슬고 있었다. 역사를 배우고도 다가올 뻔한 미래를 부인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다. '그날이 오면' 그들은 무슨 궤변을 또 늘어놓을까 궁금하다.
정태민 프리드먼연구원 선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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