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와 슛은 자신 있어요. 농구를 배우는 게 재미있습니다."
말하는 게 당차다. 신인이 놀랄 만한 실력을 갖추면 더 눈길을 끈다. 대구 농구 팬들에게도 그런 존재가 나타났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신인 양우혁이 주인공. 팀의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다.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라고도 했다. 가스공사가 지난 11월 열린 '2025 KBL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삼일고 3학년 양우혁을 지명하자 나온 말. '초고교급'이라 해도 프로 무대에서 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도 따라붙었다. 즉시 전력감은 아니란 뜻.
이번 시즌 들어 가스공사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경기를 좀 더 매끄럽게 운영하려면 가드가 더 필요하단 지적이 있긴 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어린 가드를 뽑으리라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국내에선 대학을 거쳐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게 일반적이니 더 그럴 만했다.
양우혁은 개인기가 출중한 가드. 1대1 플레이에 강하고, 슛도 좋다. '강심장'이라 승부처에서도 제 실력을 보여준다. 고교 무대는 그에게 좁았다. 그래도 당장 프로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일진 미지수였다. 아직 18살 소년인 데다 체격(키 178㎝)도 작은 편이기 때문.
소년은 지난 4일 창원 LG 세이커스전에서 프로 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이틀 뒤엔 안방 대구에서 홈 데뷔전을 치렀다. 16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일부의 우려를 보기 좋게 잠재웠다. 어른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플레이는 과감했고, 화려했다.
가스공사는 10일 안방에서 서울 삼성 썬더스를 80대76으로 제쳤다. 17점 차 열세를 뒤집은 '대역전극'. 양우혁도 6점을 보탰다. 이날 경기까지 더해 이번 시즌 경기당 8.0점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신인들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성적이다.
대구는 24년 전 '작은' 가드 1명의 플레이에 열광했다. 2001년 대구 동양 오리온스에서 데뷔한 김승현은 리그를 휩쓸었다. 데뷔 시즌 기록은 12.2점 8.0어시스트 4.0리바운드 3.2스틸. 역대 최초이자 유일하게 신인인 데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김승현이 이끈 동양도 날아올랐다. 2000-2001시즌 최하위에 그쳤으나 다음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승리,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승현은 넓은 시야, 날카로운 패스, 빠른 몸놀림으로 농구장을 탄성과 환호로 뒤덮이게 했다.
대구 농구 팬들의 가슴이 다시 뛴다. 양우혁이란 소년을 보면서. 아직 갈길은 멀다. 리그를 지배한 김승현에 비길 바가 아니다. 몸이 더 단단해져야 한다. 경기를 읽는 시야도 넓혀야 한다. 그래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어리니까 시간이 있고, 성실성과 근성까지 갖췄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4쿼터에도 자신 있게 플레이한다. 고등학생인데 나는 그렇게 못할 거 같다(웃음). 완전 강심장"이라며 "공격에 재능이 있지만 패스와 중거리슛은 더 다듬어야 한다. 잘 받아들이고 노력하고 있으니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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