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이자 글로벌 시장 3위 기업인 SK실트론이 또 한 번 주인이 바뀔 운명에 처했다. 1983년 코실주식회사로 출발해 동부, LG, SK를 거쳐 최근 두산그룹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매일신문 12월 17일)로 선정되어서다.
40여 년간 4번이나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이지만, 반도체 기초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알짜 기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특히 최근 전기차와 전력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기업 가치가 3조원에서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3위 '알짜' 경쟁력…웨이퍼 기초 체력 튼튼
SK실트론은 반도체 칩 생산의 토대가 되는 웨이퍼를 만드는 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이 모두 이 회사의 고객사다. 주력 제품은 200mm와 300mm 실리콘 웨이퍼이며, 최근에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소재인 SiC 웨이퍼 시장까지 진출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실적도 탄탄하다. 지난 상반기에만 매출 9천800억원을 기록했다. 구미와 이천 등 국내 공장뿐만 아니라 미국 미시간에 위치한 SiC 공장 'SK실트론 CSS'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전체 직원 수는 3천600여명으로 추산되며, 300mm 웨이퍼 단결정 성장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해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전략적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동부·LG 거쳐 SK 품으로…40년 굴곡의 역사
SK실트론의 역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조정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83년 구미에서 코실주식회사로 출발한 뒤 1990년 동부전자통신(현 동부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며 '실트론'이라는 이름을 처음 달았다.
이후 1991년 LG그룹이 인수하며 LG실트론으로 간판을 바꿨고, 2002년 12인치(300mm) 웨이퍼 생산 라인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2017년은 회사의 운명을 바꾼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당시 LG는 비주력 사업 정리 차원에서 지분 51%를 6천200억원에 SK그룹에 매각했다. SK그룹 편입 후 사명을 SK실트론으로 변경했고,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공급망을 강화했다.
2020년에는 미국 듀폰사의 SiC 사업부를 5억달러에 인수하며 전기차 및 2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한 '안보 자산'… 두산 인수설에 쏠린 눈
SK실트론은 단순한 매물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자산으로 분류된다. 2019년부터 300mm 잉곳 성장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해외 매각 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는 두산그룹과 같은 국내 기업으로의 매각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와의 관계도 깊다. 듀폰 사업부 인수 후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5억4천400만달러 규모의 대출 지원을 받는 등 미국 내에서도 전략 자산으로 대우받고 있다. 또한 2023년 글로벌 웨이퍼 업계 최초로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 보고서를 발간하고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서 'A' 등급을 획득하는 등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도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를 3조원에서 5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SK그룹의 재무 구조 개선 의지와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 확장 의지가 맞물린 이번 '빅딜'이 성사될 경우,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경제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SK실트론은 구미사업장에 2025년까지 2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새 주인의 투자 지속 여부에도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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