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또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불길이 집을 삼키던 날이 눈에 아른거려 밤마다 잠이 안 옵니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산비탈 아래 8평짜리(약 27㎡) 임시 컨테이너가 김모(88) 씨 부부의 새 집이다. 지난 3월 안동 산불로 평생 살던 집이 한 줌 재로 변했다. 두 노인은 지자체가 마련한 쇳집 한 동에 몸을 눕힌다.
문을 열면 방 하나에 부엌과 화장실이 붙은 단출한 구조다. 싱크대 옆에는 기저귀 묶음, 방 한쪽에는 약 봉투가 담긴 비닐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여름이면 숨이 턱 막히게 덥다. 겨울이면 바닥에서 한기가 치솟지만 두 사람은 "여기라도 있어 고맙다"고 말한다. 이곳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1년' 뿐이다.
◆"오라는 데도, 갈 데도 없는 신세"
김 씨 부부는 평생 벼·콩 농사를 지으며 셋 아들을 키웠다. 논과 밭이 전 재산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올 3월 산불이 길안면 일대로 번졌을 때 두 노인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행히 아들 친구가 부부를 부축해 집 밖으로 나온 지 5분 뒤 집 전체에 불길이 치솟았다. 지붕과 벽, 가재도구, 마당 텃밭까지 모두 잿더미가 됐다.
고령의 부부는 대피소와 병원, 막내아들 집을 전전했다. 지금은 지자체가 빌려준 땅 위 컨테이너에서 1년간 무상 거주 중이다.
살림살이 대부분은 산불 후원금으로 마련된 반찬 재료와 기부 물품이다. 1년 뒤에는 이곳도 비워줘야 한다.
그는 "오라는 데도 갈 데도 없는 신세가 됐다"며 "기운만 있으면 움막이라도 지어 보겠는데 다리 힘도 없고 숨도 가빠 그것도 못 하겠다"고 털어놓는다.
◆집 안을 기어서 다니는 아내
김 씨는 몇 해 전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나이와 형편 탓에 수술을 포기했다. 지금도 3개월에 한 번씩 안동 시내 병원에서 CT·MRI 검사만 받는다. 한 번 다녀오면 검사·진료비로 30만원 안팎이 빠져나간다.
몸무게는 42㎏. 뼈가 도드라져 보일 만큼 야위었다. 소변도 제어하지 못해 하루 종일 기저귀를 차고 산다. 통증이 심한 날에는 다리가 떨려 가구를 붙잡고 벽을 짚으며 겨우 몇 걸음 옮기는 게 전부다.
아내 이모(90) 씨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데다 강직성 척추염으로 허리가 굳어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깨와 무릎 관절도 망가져 서 있기조차 힘들다. 집 안에서는 손과 무릎으로 기어 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 낙상으로 손목이 부러진 뒤에는 팔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심한 청각장애까지 겹쳤다. 보청기를 껴도 잘 들리지 않는다. 몇 번이고 크게 불러야 겨우 대답을 한다. 가끔 "누가 나를 부른다", "집에 누가 온 것 같다"고 말하는 등 환청·환시 증상도 보인다. 의료진이 치매 검사를 권했지만 "치매는 아니다"라며 병원 문턱을 넘지 않는다. 밤에는 수면제에 기대 겨우 잠을 청한다.
부부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수급자다. 노령연금과 장애수당, 4만원이 전부인 수입으로는 약값, 검사비, 기저귀값, 식비조차 감당하기 버겁다.
◆마지막 소원은 '비 안 새는 집 한 칸'
슬하에 장남(69), 차남(59), 삼남(54) 세 아들이 있지만, 모두 형편이 어렵다.
장남은 젊은 시절 사고로 한 손이 절단돼 의수를 끼고 산다. 막내는 화물차를 몰며 곰팡이가 핀 전세방에서 성인 아들과 어렵게 지낸다. 둘째는 빚에 쫓기다 연락이 끊겼다.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낼 여유는 없다.
부부는 "애들도 살기 바쁜 세상인데 뭐라 하겠나"라면서도 "우리도 남들처럼 아플 때 병원 한번 제대로 다니고 비 안 새는 집에서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산불 당시 기억은 두 사람을 옥죈다. 김 씨는 밤에 3~4시간 눈을 붙였다가도 불길이 집을 덮치던 장면이 떠올라 벌떡 일어나 앉는다. 아내는 작은 소리에도 흠칫 놀라고 멍하니 앉아 있다 혼자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을 두렵게 하는 것은 1년 뒤다. 임시 컨테이너 거주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보따리를 싸야 한다.
그는 "여기서 1년만 지내라 하니 그다음이 제일 겁난다"며 "이 나이에 또 어디로 가야 하나 싶다"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노부부의 마지막 소원은 크지 않다.
김 씨는 "불타버린 집터 근처면 어디라도 좋다"며 "비 안 새고 겨울 찬바람만 막아주는 집 한 칸 있으면 된다. 힘들어도 동네 사람들 얼굴 보며 살고 싶다"고 작은 희망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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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남편 간호에 생계 막막 김다나 씨에 2,637만원 전달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중증 장애를 갖게 된 남편을 뒷바라지 하느라 수입원이 끊긴 채 셋방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카자흐스탄 출신 김다나 씨(매일신문 12월 9일 12면 보도)에게 2천637만7천2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40만원 ▷신금란 10만원 ▷전시형 10만원 ▷이창영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방순옥 4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진만 1만원 ▷석미혜 1만원 ▷허영재 1만원 ▷조용인 5천원 ▷이장윤 4천원 ▷'당진수청국가대표대박' 3만원 ▷'당진국가대표고기대박' 2만원 ▷'돕자돕자' 1만원 ▷'돕기돕기돕기' 6천23원 ▷'조금이라도' 48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들·시동생 부양 김현실 할머니에 2,464만원 성금
단칸방에 살며 폐지를 주워 장애가 있는 시동생과 아들을 부양하는 조선족 김현실 할머니(매일신문 12월 16일 10면 보도)에게 45개 단체, 150명의 독자가 2천464만94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대유기전공사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50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고페르엔지니어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국민법무사(김태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 권미숙사무소(권미숙)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경대혜인내과의원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박장덕)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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