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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퇴 발표 후 침묵 지키는 인요한 의원, '복심' 정해용이 밝히는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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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6개월 남긴 상태에서 스스로 결심, 정치권 안팎에 파문 일으켜
선조처럼 대한민국에 기여하려 정치 투신, 통일·대미 외교 관련 의제 파고들어
계엄 이후 정치 현실에 대한 좌절 커져… 대화와 타협 사라진 국회 모습 보며 결심
여의도서 바라본 대구 현실 답답… 신공항 문제도 정부여당 '립서비스'만
대구에는 묵은 과제 산적… 풀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성도 찾아야
동구는 '잃어버린 4년'… 첨단·성장산업 거점 및 관광 중심지로 발돋움 해야

정해용(54·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인요한 의원 수석보좌관이 동대구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해용(54·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인요한 의원 수석보좌관이 동대구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10일 국회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정치권을 향한 각성을 촉구했다. 대선 등 선거 출마를 위한 사퇴나 비리 의혹에 따른 퇴진과는 성격이 다른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정치권 안팎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사퇴의 당사자인 인 의원은 짧은 '사퇴의 변'을 남긴 뒤 수많은 인터뷰 요청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매일신문은 지난 25일, 1년 6개월 동안 그의 의정활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해용 수석보좌관을 통해, 사퇴에 이르기까지의 막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시절 혁신위원으로 만난 이후 1년 6개월 간 의정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사퇴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당 혁신위원장이 되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대한민국 근대화에 기여한 선교사 집안 4대째 후손으로서 본인 역시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 이후의 사회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두고 일해 왔다. 그런데 계엄이 터지며 큰 충격을 받았고, 현실에 대한 좌절이 커졌다. 그 와중에도 외교나 통일 관련 사안이나 핵연료 재처리 문제 같은 큰 주제를 가지고 고민해 왔는데, 야당이 필리버스터, 피켓 시위 같은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결심을 하신 거다.

-답답한 속내가 종종 드러났겠다.

▶사퇴 한달쯤 전에도 '도저히 내가 이제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 없고, 사회에서 다른 일을 찾겠다'고 하셨다. 주변에서는 '원래 정치가 그런 거고, 국회의원이 그렇다', '버티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니 좀 참으시라' 얘기했는데 마지막 정기국회 모습을 보면서 특히 실망을 많이 하셨다. 상식이 통하는 대화는커녕 타협의 여지가 없이 싸움만 하니까. 약속이 잡혀 있던 몇가지 일정을 미루자고 하신 후에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예약을 하시는 걸 보고 사퇴를 직감했다.

-당내에서 만류 목소리가 컸던 걸로 들었다.

▶평소에 소통이 잘 되던 의원들 여럿이 '조금만 더 생각해보시라'면서 많이 말렸으나 이미 결정했다면서 번복하지 않으셨다.

- 기자회견에서도 짧은 입장만 밝히고 떠나셨다. 수석보좌관에게 전화가 많이 왔을 것 같다.

▶사퇴 직후에 전화를 100통 정도 받았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같은 곳에서도. 그런데 의원님은 한사코 안 하겠다고 하셨다. 더 이상 많은 얘기를 하는 게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하셨는데 말씀 많이 안하시는 게 맞다고 본 것 같다.

-임기가 한참 남은 상태에서 사퇴하셨다.

▶정치권에 울림을 주고 싶고 경종을 울리려는 건데 그렇게 정치라는 게 호락호락 하지 않은 것 같다.

-대구시 경제부시장까지 지내고 국회 보좌관으로 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혁신위원회 때 인연으로 인요한 의원이 삼고초려 했다. 6개월도 좋으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인 의원은 어떤 사람인가.

▶본인 말씀대로 '순천 촌놈'이다. 지역 발전, 기독교적 유산에 대한 애착이 많고, '한국형 앰뷸런스'를 도입한 의사이기도 하다. 사회에 꼭 필요한 정치를 한번 해보겠다고 국회로 오셨다. 일례로 구급차 내 운전석과 침대 사이에 응급처치에 필요한 70㎝ 이상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 일명 '구급차법'을 통과시켰다. 20년을 묵은 논의였다. 그런데 요즘의 정치라는 것이 '아무것도 되는 게 없으니'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하시는 거다.

-지금은 뭘 하고 계시나?

▶쉬면서 생각을 정리 중인데, 아직까지는 전화기도 꺼놓고 계시다.

-정치적 대척점에서는 '친윤의 퇴장이다' 같은 혹평도 있었다.

▶국회의원 뱃지 달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만 임기 2년 6개월 남기고 자기 손으로 먼저 던지고 나가는 사람이 있나. 그 고심을 생각해야 한다.

정해용(54·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인요한 의원 수석보좌관이 동대구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해용(54·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인요한 의원 수석보좌관이 동대구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덩달아 여의도 생활을 마치셨다. 대구시 경제부시장까지 역임한 이후에 국회로 가셨는데, 중앙에서 바라본 대구는 어떻게 보였나.

▶야당에게는 이미 잡힌 물고기라고도 하지만, 동시에 여당에게는 그물을 던져도 잡히지 않는, '바람과 같은 존재'다. 단적으로 통합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공자기금 융자나 그 이자 지원 예산조차 못 받지 않았나. 대통령이 대구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잘 해보겠다고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 립서비스에 그쳤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대구에는 어떤 단체장이 필요할까

▶대구에 대한 애정을 갖고 깊이 천착할 수 있는 사람, 전문가적 면모가 있는 사람이 와야 될 것으로 본다. 대구시장은 지금 거론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민심도 수렴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이미 묵은 과제가 쌓여 있다.

▶그렇다. 공항이나 취수원 같은 의제가 이미 20년 가까이 된 것들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슈가 2006년에 나왔고, 취수원 이전 얘기는 2008년쯤 본격화했다. 그 이후 대구시장 공약집 자료를 살펴보면 '대기업 유치'처럼 여전히 유효한 공약들이 많다. 이런 현안들도 잘 풀어야 하지만, 달리 보면 대구는 지금 미래를 내다보는 어젠다가 새롭게 더 나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 선거에 나오시나

▶동구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구청장) 리더십의 부재로 구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지역에서도 새 인물을 찾고 계시는 것 같다. 당 사무처 공채 4기 출신으로 중앙당, 대구시당에서 정치를 배웠고, 국회 전문위원, 대구시의원, 대구시장 정무특보, 경제부시장도 했다. 행정, 정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의회, 국회와 협업할 수 있는 틀도 갖췄다. 말하자면 '4박자'를 다 갖춘 사람이 '잃어버린 4년'을 수습할 수 있다고 본다.

-동구에서 할 일은 뭔가

▶신공항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서 후적지 개발 및 주변지역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동대구역 주변은 동부소방서 후적지를 개발해 첨단 산업과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 지원기관은 동대구로에 몰려 있는데, 아직 획기적으로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도시와 첨복단지도 당초 조성 때 기대에 못 미친다. 기업 유치 및 지원으로 대구의 성장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대구가 지난 10여년 동안 도심 관광 활성화에 힘을 썼으면, 이제는 팔공산이나 금호강변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 관광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 풍부한 발전 잠재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해용(54) 인요한의원실 수석보좌관

경북 영천 출생. 경주고, 경북대 사회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1995년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사무처 공채 4기로 합격해 당직자로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2006~2014년 대구 동구 제3선거구에서 제 5·6대 재선 대구시의원을 지냈다. 2014년 7월부터 6년간 대구시 정무조정실장, 정무특보로 재임했고, 2021년에는 역대 최연소 대구시 경제부시장에 올랐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 2023년에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발탁됐다.

정해용(54·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인요한 의원 수석보좌관이 동대구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해용(54·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인요한 의원 수석보좌관이 동대구역 인근 한 사무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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