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10일 국회의원직에서 전격 사퇴하며 정치권을 향한 각성을 촉구했다. 대선 등 선거 출마를 위한 사퇴나 비리 의혹에 따른 퇴진과는 성격이 다른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정치권 안팎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사퇴의 당사자인 인 의원은 짧은 '사퇴의 변'을 남긴 뒤 수많은 인터뷰 요청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매일신문은 지난 25일, 1년 6개월 동안 그의 의정활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정해용 수석보좌관을 통해, 사퇴에 이르기까지의 막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시절 혁신위원으로 만난 이후 1년 6개월 간 의정생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사퇴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당 혁신위원장이 되고 (정치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대한민국 근대화에 기여한 선교사 집안 4대째 후손으로서 본인 역시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 이후의 사회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두고 일해 왔다. 그런데 계엄이 터지며 큰 충격을 받았고, 현실에 대한 좌절이 커졌다. 그 와중에도 외교나 통일 관련 사안이나 핵연료 재처리 문제 같은 큰 주제를 가지고 고민해 왔는데, 야당이 필리버스터, 피켓 시위 같은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결심을 하신 거다.
-답답한 속내가 종종 드러났겠다.
▶사퇴 한달쯤 전에도 '도저히 내가 이제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 없고, 사회에서 다른 일을 찾겠다'고 하셨다. 주변에서는 '원래 정치가 그런 거고, 국회의원이 그렇다', '버티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니 좀 참으시라' 얘기했는데 마지막 정기국회 모습을 보면서 특히 실망을 많이 하셨다. 상식이 통하는 대화는커녕 타협의 여지가 없이 싸움만 하니까. 약속이 잡혀 있던 몇가지 일정을 미루자고 하신 후에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예약을 하시는 걸 보고 사퇴를 직감했다.
-당내에서 만류 목소리가 컸던 걸로 들었다.
▶평소에 소통이 잘 되던 의원들 여럿이 '조금만 더 생각해보시라'면서 많이 말렸으나 이미 결정했다면서 번복하지 않으셨다.
- 기자회견에서도 짧은 입장만 밝히고 떠나셨다. 수석보좌관에게 전화가 많이 왔을 것 같다.
▶사퇴 직후에 전화를 100통 정도 받았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같은 곳에서도. 그런데 의원님은 한사코 안 하겠다고 하셨다. 더 이상 많은 얘기를 하는 게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하셨는데 말씀 많이 안하시는 게 맞다고 본 것 같다.
-임기가 한참 남은 상태에서 사퇴하셨다.
▶정치권에 울림을 주고 싶고 경종을 울리려는 건데 그렇게 정치라는 게 호락호락 하지 않은 것 같다.
-대구시 경제부시장까지 지내고 국회 보좌관으로 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혁신위원회 때 인연으로 인요한 의원이 삼고초려 했다. 6개월도 좋으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인 의원은 어떤 사람인가.
▶본인 말씀대로 '순천 촌놈'이다. 지역 발전, 기독교적 유산에 대한 애착이 많고, '한국형 앰뷸런스'를 도입한 의사이기도 하다. 사회에 꼭 필요한 정치를 한번 해보겠다고 국회로 오셨다. 일례로 구급차 내 운전석과 침대 사이에 응급처치에 필요한 70㎝ 이상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 일명 '구급차법'을 통과시켰다. 20년을 묵은 논의였다. 그런데 요즘의 정치라는 것이 '아무것도 되는 게 없으니'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하시는 거다.
-지금은 뭘 하고 계시나?
▶쉬면서 생각을 정리 중인데, 아직까지는 전화기도 꺼놓고 계시다.
-정치적 대척점에서는 '친윤의 퇴장이다' 같은 혹평도 있었다.
▶국회의원 뱃지 달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만 임기 2년 6개월 남기고 자기 손으로 먼저 던지고 나가는 사람이 있나. 그 고심을 생각해야 한다.
-덩달아 여의도 생활을 마치셨다. 대구시 경제부시장까지 역임한 이후에 국회로 가셨는데, 중앙에서 바라본 대구는 어떻게 보였나.
▶야당에게는 이미 잡힌 물고기라고도 하지만, 동시에 여당에게는 그물을 던져도 잡히지 않는, '바람과 같은 존재'다. 단적으로 통합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공자기금 융자나 그 이자 지원 예산조차 못 받지 않았나. 대통령이 대구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잘 해보겠다고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 립서비스에 그쳤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대구에는 어떤 단체장이 필요할까
▶대구에 대한 애정을 갖고 깊이 천착할 수 있는 사람, 전문가적 면모가 있는 사람이 와야 될 것으로 본다. 대구시장은 지금 거론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민심도 수렴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이미 묵은 과제가 쌓여 있다.
▶그렇다. 공항이나 취수원 같은 의제가 이미 20년 가까이 된 것들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슈가 2006년에 나왔고, 취수원 이전 얘기는 2008년쯤 본격화했다. 그 이후 대구시장 공약집 자료를 살펴보면 '대기업 유치'처럼 여전히 유효한 공약들이 많다. 이런 현안들도 잘 풀어야 하지만, 달리 보면 대구는 지금 미래를 내다보는 어젠다가 새롭게 더 나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 선거에 나오시나
▶동구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구청장) 리더십의 부재로 구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지역에서도 새 인물을 찾고 계시는 것 같다. 당 사무처 공채 4기 출신으로 중앙당, 대구시당에서 정치를 배웠고, 국회 전문위원, 대구시의원, 대구시장 정무특보, 경제부시장도 했다. 행정, 정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의회, 국회와 협업할 수 있는 틀도 갖췄다. 말하자면 '4박자'를 다 갖춘 사람이 '잃어버린 4년'을 수습할 수 있다고 본다.
-동구에서 할 일은 뭔가
▶신공항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서 후적지 개발 및 주변지역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동대구역 주변은 동부소방서 후적지를 개발해 첨단 산업과 스타트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 지원기관은 동대구로에 몰려 있는데, 아직 획기적으로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도시와 첨복단지도 당초 조성 때 기대에 못 미친다. 기업 유치 및 지원으로 대구의 성장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대구가 지난 10여년 동안 도심 관광 활성화에 힘을 썼으면, 이제는 팔공산이나 금호강변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 관광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 풍부한 발전 잠재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해용(54) 인요한의원실 수석보좌관
경북 영천 출생. 경주고, 경북대 사회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1995년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 사무처 공채 4기로 합격해 당직자로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2006~2014년 대구 동구 제3선거구에서 제 5·6대 재선 대구시의원을 지냈다. 2014년 7월부터 6년간 대구시 정무조정실장, 정무특보로 재임했고, 2021년에는 역대 최연소 대구시 경제부시장에 올랐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 2023년에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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