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한국 경제는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고관세 장벽과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재편은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의 체력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쏠림과 인구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경제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올해 창간 80주년을 맞이하는 매일신문은 '다시 지역과 함께(Again With Local)'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수년째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지역 경제의 현주소와 그 속에서도 지역에 뿌리를 둔 채 성장 경로를 이어 온 기업들의 궤적을 함께 짚는다.
통계청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137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993년 이후 33년째 이어진 이 '만년 꼴찌'의 기록은 지역 산업 구조 전환의 지연과 저성장의 고착화를 상징하는 뼈아픈 지표다.
이 같은 지표만 놓고 보면 대구 경제는 장기 침체의 그늘에 갇힌 듯 보인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흐름은 단순하지 않다. 차가운 지표 이면에는 지역이라는 토양 위에서 인내하며 체급을 키워온 '거인'들이 있다. 금융, 제조, 식품·유통에 이르기까지 향토기업 상당수는 지역을 떠나지 않은 채 전국과 해외로 외연을 넓혀 왔다. 이들에게 지역은 단순한 지리적 거점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을 축적하고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인 '전략적 배후지'였다.
자동차 부품 산업은 지역과 기업의 상호 의존적 성장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으로 치환되는지를 증명한다. 에스엘(SL)과 삼보모터스, 아진산업 등은 대구경북의 부품 협력사들과 촘촘한 분업 구조를 형성하며 수십 년간 제조 역량을 고도화했다.
이들 기업은 수도권 이전 대신 지역 내 연구소와 생산 라인을 고수하며 현장 숙련 인력을 확보했다. 여기서 축적된 정밀 공정 기술은 최근 미국·유럽의 통상 압박 속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품질 우위를 점하는 기반이 됐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지역 금융의 뒷받침 속에 성장한 이들은 이제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거두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지역이 키운 기술력이 고관세 파고를 뚫는 가장 날카로운 창이 된 셈이다.
금융과 식품 산업에서도 '로컬의 힘'은 입증된다. iM뱅크(아이엠뱅크)는 지역 상공인들과 고락을 같이하며 쌓은 신뢰 자본을 바탕으로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지역 밀착형 영업으로 확보한 안정적인 자산 구조는 수도권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의 든든한 실전 데이터가 됐다.
식품·유통 분야에서도 향토 기업들의 버팀목 역할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소비 기반과 유통망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며 대기업 공세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 왔다. 지역 문화와 결합한 브랜드 정체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한국적인 로컬 콘텐츠'로 변모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될수록 기업이 뿌리 내린 지역 생태계의 복원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수석 경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특정 지역의 완결된 산업 생태계를 가진 기업일수록 외부 충격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라며 "향토기업이 새해에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방 정부는 물론 중앙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매일신문이 제시하는 슬로건 '다시 지역과 함께'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이는 지역의 위기를 직시하되, 그 속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난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에 기반한다.
결국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인재를 키우며 산업 생태계를 지탱해 온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사실은 2026년의 냉혹한 경제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지역과의 동행'은 이제 미담을 넘어, 가장 고도화된 생존 전략이자 지속 가능한 확장 전략이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붉은 말'이 뛰어오르는 해이다. 매일신문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장의 불씨를 지켜 온 '향토 기업'과 함께 다시 도약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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