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모험자본 확충 기조에 따라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올해 사업자가 최대 9곳까지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증권사들은 조직 개편과 상품 차별화로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키움증권에 이어 12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최종 부여했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을 포함해 총 7곳으로 확대됐다. 현재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에 대한 심사도 진행 중으로, 두 곳 모두 인가를 받을 경우 올해부터 발행어음 사업자는 9곳으로 늘어난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약정한 수익률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금융위 인가를 받아 자기자본의 최대 200%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투자자가 CMA나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매입하면 증권사는 해당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활용하고 만기 시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한다. 상품 유형은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수시형, 1년 이내 만기의 기간형,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는 적립형 등으로 나뉜다.
주요 증권사 4곳의 발행어음 잔고는 지난해 4분기 41조5000억원에서 지난 12월 중순 48조5000억원으로 1년 만에 7조원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12월 16일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해 일주일 만에 목표액 3000억원을 완판해 눈길을 모았다.
수익률 경쟁도 치열하다. 키움증권의 기간형 발행어음은 특판 기준 연 3.45%를 제시했으며, KB증권은 360일 기준 연 3.20%,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연 3.05%, 한국투자증권은 연 2.90% 수준이다.
은행 적금과 유사한 적립형 발행어음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연 4.35%, KB증권이 연 4.00%를 제시하고 있다. 시중은행 적금 금리가 연 3%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발행어음은 은행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증권사, 조직 개편으로 경쟁력 강화…상품 차별화 경쟁 본격화
발행어음 사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은 빠른 의사결정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 재편에 나섰다. KB증권은 기존 IB 부문 내 발행어음 운용 조직을 분리해 종합금융본부를 신설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배치했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업무를 운용사업부로 이관하고 전략운용본부 산하에 발행어음운용부를 신설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전담 조직을 CIB 총괄 직속으로 배치했고, 하나증권도 IB 부문을 생산적금융 부문, 대체금융 부문으로 재편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 확대에 따라 단순한 금리 경쟁을 넘어 상품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2028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 조달액의 25% 수준을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가늠하는 능력이 수익률에 높은 영향을 주게 된다.
신규 진입 사업자들의 경우 특판 운영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적립형·수시형 등 납입 구조 및 운용 방식 다양화로 상품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는 만기 구성을 촘촘히 가져가거나 판매 채널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9개사 체제는 단순한 사업자 확대가 아니라 증권업 전반이 종합금융사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라며 "조직 체계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만큼 각사의 전략적 선택과 실행력이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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