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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읽남] 250 '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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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바나 제공
250. 바나 제공
250
250 '뽕'(2022) 음반

대한민국 트로트는 음지에서 양지로 영역을 넓힌 역사를 갖고 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슈퍼스타 임영웅을 배출한 2020년이 절정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250('이오공'이라고 읽는다, 걸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하다)이 내놓은 앨범 '뽕'(2022)은 조금 다른 결로 트로트를 조명한 사례다.

◆홀대 받은 트로트 '뽕짝'

트로트라고 다 같은 트로트가 아니다. 정통 트로트가 있는가 하면 블루스, 락, 국악, 포크, 댄스 같은 장르 내지는 스타일과 결합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템포(BPM)가 빠른 댄스 트로트의 대표곡인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2013)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차용하기 훨씬 전부터, 전자올겐(신디사이저 건반)을 비롯한 각종 전자악기를 활용해 흥을 극도로 돋우는 방향으로 나아간 트로트가 바로 '뽕짝'이다.

정규 앨범을 기반으로 곡이 발표되고 한땐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연말 가수상까지 타는 이력을 쌓은 제도권 내 다른 트로트 음악들과 비교해, 뽕짝은 홀대 받았다. 경박스럽다는 오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일명 '뽕짝 메들리' 음반의 가격이 저렴하니 그만큼 수준도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 중장년 및 노년 세대가 뽕짝을 온몸으로 즐기기 위해 찾는 캬바레와 관광버스 속 일탈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이 지난 수십년 간 형성한 뽕짝의 이미지다.

하지만 뒤집어 보자. 신나는 리듬과 흥겨운 추임새가 선물해 준 해방감을 아마도 체면치레 탓에 경박스럽다고 표현했을 터다. 음반이 값이 싼 건 소규모 인력이 최신 트로트부터 흘러간 옛 노래와 민요에 유명 팝송까지 엮어 신속히 편곡해 출시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많은 곡이 음반에 담기니 오히려 가성비가 높다. 그리고 '뽕끼'로 가득한 캬바레·관광버스에서의 일탈은 고단했던 산업화 시대에 국가가 제공하지 못한 스트레스 해소라는 복지 아닌가.

주현미. KBS 유튜브
주현미. KBS 유튜브
김용임. MBC 유튜브
김용임. MBC 유튜브
진성. MBC 유튜브
진성. MBC 유튜브

그러면서 뽕짝은 트로트계의 언더그라운드 내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트로트 여왕 주현미의 이름을 알린 게 1984년부터 발표한 옛 노래 메들리 음반 '쌍쌍파티' 시리즈였고, 그 덕분에 '비내리는 영동교'(1985)를 첫 히트곡으로 띄울 수 있었다. 김용임과 진성도 초기엔 캬바레·관광버스 메들리 앨범으로 명성을 높였고 이후 '사랑의 밧줄'(2003)과 '안동역에서'(2008년 안동사랑노래 버전이 아닌 2012년 편곡 버전이 떴다) 같은 자기 곡으로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다.

일본에 진출한 이박사가 메이와덴키와 합작한
일본에 진출한 이박사가 메이와덴키와 합작한 '아리랑 메이덴'의 '나는 우주의 환타지'(1997) 앨범 커버
이박사의 전속 건반 주자로 활동했던 작곡가 김수일(오른쪽)과 250. 바나TV 유튜브
이박사의 전속 건반 주자로 활동했던 작곡가 김수일(오른쪽)과 250. 바나TV 유튜브

◆뽕짝史 탐구 '듣는 다큐멘터리'

이러한 뽕짝 메들리 판의 입지전적 인물이 노래하는 관광버스 가이드로 시작해 고속도로 메들리 앨범을 100만장 넘게 팔아치우다 1990년대에 일본까지 진출했던 이박사다. 그리고 이박사의 전속 건반 주자 김수일을 함께 언급해야 한다. 250은 이박사 만큼 김수일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앨범 첫번째 곡 '모든 것이 꿈이었네'는 250이 이박사의 집에서 만난 김수일로부터 전해 들은 미발표곡을 편곡한 것이다. 이박사를 비롯해 수많은 뽕짝 가수들의 뒤에는 무대에서 또 녹음실에서 묵묵히 전자올겐을 연주하는 김수일 같은 아티스트들이 있었다.

나운도(오른쪽)와 250의
나운도(오른쪽)와 250의 '춤을 추어요' 협연. 온스테이지 유튜브

250은 지금 '고속도로의 황태자'로 불리는 나운도도 초빙해 협업했다. 대구 곳곳 캬바레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는 나운도는 2010년대 들어 뽕짝계를 상징하는 전자올겐 연주자이자 가수로 올라섰다. 250과 나운도가 함께 작업한 곡은 장은숙의 1978년 노래 '춤을 추어요'다. 흘러간 옛 노래를 전자올겐 등으로 다시 색을 입혀 부활시키는 뽕짝 메들리의 문법을 재현하는 시도였던 셈이다.

이 음반은 뽕짝 메들리 앨범은 아니다. 프로듀서인 250이 트로트 특유의 꺾기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대신 뽕짝 특유의 리듬 패턴, 음원 소스, 사운드 질감 등을 채집해 전자음악의 작법으로 풀어냈다. 이 앨범 작업을 위해 250은 이박사를 인터뷰하고 서울 동묘에 가서 뽕짝에 주로 쓰이는 음색이 담긴 악기들을 찾고 뽕짝에 맞춰 즐기는 사교댄스 교습 현장도 견학했다.

무려 5년 동안이나. 250에 앞서 뽕짝을 가져다 쓴 시도는 국내 테크노와 락 장르에서 종종 있었다. 그러나 250처럼 뽕짝이 흘러온 궤적을 탐구한 다큐멘터리적 시도는 없었다. 이 앨범은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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