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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손주가 뛰는데 좀 봐주쇼?"…법대로 했다간 명절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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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대응보다 '쪽지 한 장·비타민 음료'가 특효약…"서로 조금만 참아야"

자료사진. 챗GPT
자료사진. 챗GPT

"일 년에 두 번, 명절에만 오는 손주들인데 좀 뛰면 어떻습니까. 야박하게 정말 너무하시네."

"아무리 명절이라도 새벽 1시까지 쿵쿵대면 어떡합니까. 저희는 내일 출근해야 한다고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설 연휴를 앞두고 붙어 있는 '층간소음 주의' 안내문 앞에서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소음 지옥'이자 '주차 전쟁터'로 변하는 순간이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매년 설과 추석 연휴 기간 접수되는 층간소음 민원은 평소보다 20~30%가량 급증한다. 평소 조용하던 위층도 명절이면 10명 넘는 대가족이 모여 발망치 소리, 고성, 윷놀이 소음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파트 단지 내 주차 허용 대수를 초과하는 방문 차량들이 몰리며 주차 시비까지 더해져 이웃 간 감정싸움이 폭행이나 송사로 번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 "참지 말고 112 신고?"… 경찰관도 난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윗집이 시끄럽게 하면 우퍼 스피커를 틀어라", "경찰에 신고해서 인실좆(인생은 실전이야 등의 속어)을 보여줘라" 같은 자극적인 조언이 넘쳐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명절 기간 즉각적인 법적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범죄 처벌법상 인근 소란 죄가 적용되려면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소음 유발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아이들이 뛰거나 가족들이 대화하는 소리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경찰이 출동해도 현장에서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칠 뿐, 강제로 해산시키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오히려 보복 소음을 내기 위해 우퍼 스피커를 설치하거나 천장을 치는 행위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민사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 역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실익이 적다.

◆ 주차 전쟁, '외부 차량' 막을 방법 없다?

주차 문제도 골칫거리다. 평소 입주민 차량만으로도 벅찬 주차장에 친척들의 차가 몰려드니 이중, 삼중 주차가 예사다. 일부 방문객이 입주민 전용 구역에 차를 대놓고 연락을 받지 않거나, 아예 다른 차가 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민폐 주차' 사례도 속출한다.

현행법상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어서 불법 주차 단속이나 견인 조치가 불가능하다. 관리사무소에서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이동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결국 주민들의 자율적인 통제와 배려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법보다 매너"… 갈등 줄이는 현실적 해법은?

전문가들은 법적 잣대보다는 '선제적 배려'가 갈등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백신이라고 조언한다.

첫째, '슬리퍼 외교'다. 손님을 맞이하는 집에서는 미리 층간소음 방지용 슬리퍼를 넉넉히 준비해 현관에 비치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뛰지 마라"고 소리치기보다 매트 위에서 놀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둘째, '선물 공세'다. 손님이 많이 올 예정이라면 미리 아래층을 방문해 양해를 구하고 작은 과일 바구니나 음료수를 건네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번 설에 시끄러울 수 있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에 굳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셋째, '공유 주차장 활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명절 연휴 기간 전국 1만 5천여 개의 공공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공유누리'나 '네이버 지도', '티맵' 등에서 무료 개방 주차장을 검색해 친척들에게 안내하면 단지 내 주차난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한 변호사는 "명절 층간소음이나 주차 시비는 법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며 "서로가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 것이 즐거운 명절을 지키는 지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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