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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딛고 약대 합격…장애 청년과 '의사 이상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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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민 원장, 2024년부터 장애학생 대상 공부방 운영
중학생 시절 처음 만난 박준현씨…계명대 약대 합격

박준현씨와 손수민 손수민재활의학과 원장.
박준현씨와 손수민 손수민재활의학과 원장.

"모두가 스티브 잡스일 필요는 없죠. 장애 학생들도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뇌성마비 장애로 신체적 불편함을 딛고 약대에 합격한 청년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26학년도 계명대 약학대학에 입학하게 된 박준현(31) 씨가 주인공이다. 준현 씨의 곁에는 '의사 이상의 스승'이 되어준 손수민재활의학과 손수민 원장이 있다.

손 원장은 2024년부터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교를 그만둔 장애 청소년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심유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병원에서는 대학 진학을 꿈꾸는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국어·수학 등 교과목 수업과 진로 상담이 열린다. 손 원장은 "가장 안타까웠던 건 아이는 공부하고 싶어 하는데, 정작 부모가 '장애인이 대학 가서 뭐 하냐'며 먼저 포기하는 것"이었다며 공부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지난 28일 찾은 병원에는 초등학생 2명과 고등학생 1명이 수학 수업을 진지한 태도로 듣고 있었다. 수업은 병원 치료사로 근무하는 교사가 진행했지만, 고등학생이 초등학생 동생들을 가르치며 멘토 역할도 하고 있었다. 손 원장은 "1:1 수업을 진행하다 그룹 수업 형태로 바꿨다. 누군가를 돕는 경험 자체가 아이에게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준다"고 말했다.

학교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가족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성인 뇌성마비 환자와 미취학 아동 및 학생 환자, 가족들이 조를 이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식사 자리를 가진다.

박준현씨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봄이 기자
박준현씨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봄이 기자

준현 씨는 공부방과 멘토링 프로그램의 '핵심 인재'다. 그는 중학교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재활 치료를 위해 처음 손 원장을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제약회사, 보험회사 등에서 일했던 준현 씨는 손 원장의 권유로 병원 원무직으로 근무했고 공부방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원장님을 만나 내 몸도 미래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느꼈다"며 "다시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원장님처럼 재활의학과 의사가 돼 장애 학생들에게 꿈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손 원장은 준현 씨가 장애 학생들과 그 부모에게 '최고의 멘토'라고 치켜세웠다. 단지 조언을 잘해서가 아니라 '가능성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현 씨를 "존재해주는 것만으로 고마운 존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약대에 합격한 지금까지 준현 씨를 보면 눈시울을 붉히는 보호자들이 많다. 손 원장은 "'우리 아이가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대학은, 취업은 가능할까'를 걱정하던 보호자들이 준현이를 보며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심유공부방과 멘토링 프로그램은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손 원장의 작은 실험이다. 정부와 지자체, 학교, 의료가 각각 역할을 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간'이 남는다는 것이다. 그는 "똑똑하고 경제력이 있는 집 아이들은 정보를 찾아 기회를 잡지만, 보호자가 지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아이는 그대로 '장애로만' 살아가게 된다. 그 간극을 메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세종대왕이나 스티브 잡스가 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매를 맺을 때까지 물을 주는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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