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놨던 2.0% 성장률과 2%대 물가 안정 목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처지다. 유가 급등이 물류 차질과 생산 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가운데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실물 경제의 숨통을 조여 내수 침체를 고착화(固着化)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소비자물가는 5개월 만에 6%를 넘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에너지 변동에 취약한 경제 구조의 민낯을 드러낸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62달러 선으로 내다봤으나, 3월 첫 주 두바이유는 90달러에 육박했다.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으면 성장률이 최대 0.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환율 상황은 절박하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1천506.5원을 기록하며 17년 만에 1천500원 선을 돌파한 이후 8일 현재 1천480~1천490원 선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 쏠림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금리 인하로 내수를 살리려던 기존 설계도는 사실상 폐기해야 할 처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려면 먼저 시장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최근 환율 급등의 책임을 기업의 외화 보유 탓으로 돌리며 고강도 외환 검사를 압박하는 등의 '관치(官治)' 발상은 시장 불확실성만 키운다.
문제의 본질은 외부 충격 자체보다 취약한 경제 구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숫자의 대책이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일관된 정책이다. 불안을 통제하려는 조급(躁急)한 개입은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지킬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전쟁의 파장은 통제할 수 없지만 경제 정책의 방향만큼은 정부가 분명히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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