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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삶의 만족도 최하위권 대구, 여행에서 답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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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관광학과 김성은 교수
경북대 관광학과 김성은 교수

최근 통계청 e-지방지표 '국민 삶의 질' 자료에 따르면 대구 시민의 삶의 만족도는 39%대로, 전국 평균(약 45%)을 크게 밑돌며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여가 활용 만족도 또한 전국 하위권이다. 산업·의료·교육 인프라를 갖춘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주관적 행복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학문적으로 행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쾌락적 행복(Hedonic happiness)으로, 즐겁고 스트레스가 적은 감정 중심의 행복이다. 다른 하나는 유다이모닉 행복(Eudaimonic happiness)으로, 삶 전반이 의미 있고 괜찮다고 느끼는 인지적 만족을 말한다. 최근 정책 영역에서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 두 번째 관점, 즉 '삶의 질 중심의 행복'이다. 소득이나 경제 규모만으로는 시민이 체감하는 행복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풍요를 떠올리지만,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연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인간은 물질적 소유에서 얻는 만족에 빠르게 적응한다. 이를 '쾌락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 한다. 새로운 집이나 자동차, 값비싼 물건을 구매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분명 강렬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인간은 좋은 것에도 금세 적응하며, 결국 기존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간다. 소유는 일시적 만족을 줄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반면, 경험은 다르다. 다양한 연구는 사람들이 물건을 소유했을 때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했을 때 더 오래 행복을 기억한다고 보고한다. 낯선 공간에서의 체류, 새로운 인간관계, 일상의 단절은 개인의 심리적 회복과 삶의 재해석을 촉진한다. 이처럼 여행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감정적 재충전, 관계 강화, 삶의 의미 재구성이라는 복합적 효과를 동반한다. 그래서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삶의 만족도, 즉 주관적 행복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경험이다.

그렇다면 대구 시민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해법 중 하나는 '여행 기회의 확대'다. 특히 근로자에게 여행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다. 반복되는 업무, 장시간 노동, 심리적 스트레스 속에서 여행은 일상을 재정렬하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미 정부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정부, 근로자가 함께 비용을 부담해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 역시 여행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과 저소득 근로자의 여행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대구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기업과 협력해 '대구형 근로자여행지원사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행 적립제나 매칭 지원 방식 등을 통해 근로자와 그 가족이 부담 없이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시민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지역 관광 소비를 확대하고 지역경제에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정책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행 지원을 단순한 소비성 예산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행복한 시민은 생산성이 높고, 도시 만족도가 높으며, 지역에 대한 애착도 역시 높다. 결국 여행 지원은 시민 개인의 행복을 넘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투자다. 행복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도시가 설계하는 환경의 결과이기도 하다. 대구가 시민의 삶의 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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