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되면서 사법체제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현행 사법 시스템이 1987년 개헌 이후 약 40년 만에 손질되는 셈이다. 다만 세부 제도 설계 없이 법 시행이 이뤄질 경우 사법 현장과 사회 각 분야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12일 법왜곡죄(형법)와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법률 공포 즉시 시행된다. 대법관 증원은 2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 법왜곡죄, 판사·검사도 감옥행
법왜곡죄는 형사법관과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 수행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벌 수준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구체적으로 법왜곡 행위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인지하고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말한다. 증거를 인멸·은닉하거나 위조·변조한 뒤 이를 사용한 경우도 포함된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사용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역시 법왜곡 행위로 본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법왜곡이 의심되는 법관 등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이 가능해졌다. 수사 결과 특정 법관이 고의로 법을 왜곡한 것으로 판단돼 기소될 경우, 다른 법관이 재판을 통해 해당 법관의 법왜곡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여권에서는 법왜곡죄 도입으로 법관이나 검사가 임의로 법리를 왜곡해 판결이나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사법개혁 3법 가운데서도 법왜곡죄에 대한 부작용 우려를 가장 크게 제기해 왔다. 재판 과정에서 법관에게 사실 인정에 관한 폭넓은 재량이 주어지는데, 어느 범위까지를 법왜곡 행위로 볼 것인지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고소·고발부터 형사처벌을 우려해 기존 선례에 비춰 비교적 안전한 판단만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부작용도 뒤따른다.
◆ 사실상 4심제…소송 장기화로 국민 피로도 높아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실상 '4심제'에 가까운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사법 절차 전반의 실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재판 당사자의 피로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판소원제의 취지는 법원의 재판 역시 사법권 행사 차원에서 공권력에 해당하는 만큼, 입법·행정 작용과 마찬가지로 헌법적 통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그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해졌다.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또는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심리를 거쳐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해당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 법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재판소원제는 시행 전부터 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두고 있는 현행 헌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헌재의 업무 처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헌재는 재판소원제 시행 이후 연간 1만~1만5천 건의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3천여 건)의 최대 5배에 이르는 규모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4심제에 가까운 사법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상당수 사건이 헌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법적 분쟁이 장기화되고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의 권리 구제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한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해외에서도 사실상 4심처럼 이뤄지고 있는 곳은 없다"며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믿고 결론을 낼 수 있는 일을 한 차례 더 늘리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낭비가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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