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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이호준] 'TK 자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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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1995년 3월. 한국 정당사(政黨史)에 이름을 깊이 새긴 한 정당이 출범한다. 거대 정당도, 엄청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닌데 뇌리에 선명하다. 이보다 더 큰 정당 중에도 당명 변경이나 해산 후 이름이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곳이 많지만 이 정당의 이름은 헷갈리지도 않는다.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다. 김종필(JP)을 중심으로 한 자민련은 창당 첫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4명의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킨다. 이듬해인 1996년에 열린 15대 총선에선 의석수 50개를 확보하며 전성기를 맞는다. 충청권 석권은 물론 대구에서도 전체 13개 의석수 중 8개를 쓸어 담았다. 당시 집권 여당 신한국당은 대구에서 고작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역 정당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6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개별 합류하는 방식으로 자진 해산하며 문을 닫았다.

2026년 3월. 자민련이 'TK(대구경북) 자민련'이라는 발언으로 다시 소환됐다. 지난 9일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등록이 마감된 뒤 '국민의힘이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경고(警告)와 함께 등장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대구·경북에서만 공천 신청이 쏟아져서다. 실제로 대구와 경북은 각각 9명, 6명이 신청한 반면 서울(3명), 부산(2명), 인천·대전(1명) 등 다른 지역의 신청은 저조했다. 이를 두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경북만 과열되고 수도권 등 그 외 지역에선 후보를 찾기 어려운 인물난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전국 정당은커녕 영남 자민련도 못 되는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비판이 과장이 아닐지 모른다"고 했다. 대구·경북에만 지지 기반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민련에 빗댄 것이다.

'윤 어게인'과 '절윤'의 진흙탕 싸움, 당 윤리위의 징계 남발 등 분열로 치닫던 국민의힘이 '이대로면 지방선거 필패(必敗)'라는 위기감에 의원총회를 열고 사실상 '절윤' 선언을 담은 의원 전체 명의의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국면 전환을 꾀했으나 돌아선 민심의 반응은 차갑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내정설, 배제설 등 공천 파동까지 일으키며 얼마 안 남은 지지층까지 밀어내고 있다. 대구시장 공천을 두곤 영호남·탈당·무소속 출마까지 들먹이는 등 막말이 난무한다. 여기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대구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의힘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대구를 찾아 "시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러 내겠다"며 직접 수습에 나섰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보란 듯이 주호영·이진숙 두 명을 공천 배제(컷오프)했다. 더 드러날 난맥상(亂脈相)도 없을 듯하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에 '잡아 놓은 물고기'였다. 그런데 그 충성도 높던 이들조차 '국민의힘 꼴도 보기 싫다', '김부겸 뽑겠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최악의 경우에도 TK 자민련은 가능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1995년 당시 자민련이 얻은 전국 광역단체장 4명보다 당선자가 적을 수 있다. 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대구시장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이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에 밀려 대구에서 얻은 의석수는 단 2석이었다. 지금 하는 걸로 봐선 국민의힘엔 'TK 자민련'도 사치(奢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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