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16년을 보내고도 그 후로 35년, 나는 아직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며 학교로 향하는 교사이다. 언제나 5월이 되면 마치 사랑에 빠진 듯 온통 아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하던 초임 시절의 풋풋했던 마음이 떠오른다.
예전에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면 비밀번호 분실 시 확인할 질문을 선택하고 그 답을 기입하는 절차가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은?'이라는 질문에 별 고민 없이 내 이름을 적어줄 수 있는 제자가 몇이나 될까?, 혼자서 궁금해 하던 때도 있었다. 스승에 대한 존경이 자연스러웠던 시절을 지나 어느덧 그 개념마저 '조용한 소멸'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나는 다시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스승의 날을 맞아 과연 나는 그들의 삶 속에 작은 울림으로 남을 수 있는 흔적을 남겼는지,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사명감을 지닌 교사로 살아왔는지 자문하게 된다.
오래전 한 방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묻는 설문이 있었다. 결과는 의외로 교생 선생님이 1위를 차지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한 스승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한 분쯤은 평생 잊히지 않는 스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도 '선생님' 하면, 자연스럽게 40여 년 전 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 한 분이 떠오른다. 그분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몸소 가르쳐 주셨다. 연말이 되면 지인들에게 보내는 연하장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손으로 써서 우체국으로 들고 가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모습은 '관계는 정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말없이 일깨워 주었다.
지금 나는 손 편지 대신 SNS로 안부를 전한다. 방식은 달라졌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진심을 담아 보내는 인사는 여전히 그때 배운 가르침 위에 서 있다.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관계를 이어주고 신뢰를 지켜주는 힘은 결국 이러한 정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소중한 배움은 지금껏 나를 지탱하는 삶의 큰 기둥이 되고 있다.
나도 나의 루틴 중 하나가 아이들의 인생에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사로 마지막까지 자리하고 싶은 건 큰 욕심이 아니길 바라본다.
최근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육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사들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들의 소명에 헌신하고 있다. 결국 교사라는 길은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 그것은 학생들과의 끊임없는 공감과 소통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제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 한 명 한 명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자 하는 교사의 작은 실천 하나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교실을 움직이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스승은 직업이 아니라 관계이며, 존재로 남는 이름이다. 그리고 그 이름은 오늘도 교실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어지고 있다.
푸르른 오월 어느 하루,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하며 그 마음을 기억하는 것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더라도 우리가 잘 지키고 이어 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우리 사회가 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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