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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정성태] 머리에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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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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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장기화되고, 중동의 충돌은 세계를 다시 긴장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국가와 이념, 종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국제정세 속에서 평화는 점점 추상적인 언어가 돼간다. 뉴스 속 전쟁이 반복될수록 참혹함에 대한 감각은 오히려 무뎌진다. 죽음과 파괴가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공존의 가치를 말할 수 있을까.

1967년, 미국의 젊은 세대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총 대신 꽃을 들었고, 머리에 꽃을 꽂았다. 스콧 맥킨지의 노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이러한 시대정신을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려거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이 짧은 가사는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평화주의의 선언이 됐다. 꽃은 나약한 장식이 아니라 폭력에 저항하는 가장 순수한 상징이었다.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라 불린 이 반전운동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존 질서와 폭력적 권력 구조에 대한 문화적 저항이었으며, 예술과 음악, 패션과 행동이 결합된 거대한 사회적 메시지였다. 이 움직임은 미국을 넘어 동유럽으로 확산됐고, 프라하의 봄과 같은 민주화의 현장에서도 자유를 염원하는 몸짓으로 이어졌다. 머리에 꽃을 꽂는다는 행위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간 존엄과 화해를 향한 보편적 언어가 됐다.

오늘의 세계는 다시금 '머리에 꽃을'이라는 오래된 상징을 불러낸다. 전쟁은 더욱 복잡해졌고 갈등은 한층 정교해졌지만 인간의 생명과 평화를 향한 열망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예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전쟁의 참혹한 현실 앞에서 예술은 무기력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은 인간의 감정을 흔들고, 무뎌진 양심을 깨우며, 시대의 상처를 기억하게 한다. 정치가 현실을 조율한다면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움직인다.

'플라워 운동: 머리에 꽃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동시대적 의미를 지닌다. 머리에 꽃을 꽂은 아이의 순진한 이미지는 낭만이 아니라 폭력 이전의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선언이다. 순수함은 현실도피가 아니라 가장 근원적인 저항일 수 있다. 국적과 이념을 넘어 공존을 이야기하는 일 역시 그러하다.

평화는 거대한 외교의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폭력보다 존엄을 선택하려는 작은 몸짓에서 시작된다. 머리에 꽃을 꽂는다는 것은 결국, 전쟁의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선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무기가 아니라, 다시 꽃을 머리에 꽂을 용기다. 그 몸짓이야말로 때로는 가장 오래된 저항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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