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장 교육 전문가들은 '정독과 사고 훈련 중심의 문해력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학습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학교 차원의 체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성구 학군지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임기를 마친 김승한 전 경동초 교장은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정독(Deep Reading), 질문, 요약, 생각쓰기가 최고의 경쟁력"이라며 "과거처럼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 텍스트의 맥락을 짚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훈련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장은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교사, 장학사, 연수원장, 교장 등을 두루 거치며 대구에서 30여 년간 독서·문해력·글쓰기 교육 연구와 현장 실천을 병행해 온 교육 전문가다. 2024년 2월 퇴임 이후에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파워 독서 기록장' 시리즈를 개발해 현장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학교 현장 연수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퇴임 이후 문해력 교육에 대한 김 전 교장의 문제의식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는 "수성구 초등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영어·수학 사교육에 집중하면서도 정작 학습의 기초 체력인 독서와 문해력은 눈에 띄게 저하된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스마트폰과 게임 같은 '디지털 도파민'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독서 교육이 몇 권을 읽었느냐에 초점을 맞춘 다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읽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정독과 문해 기법 훈련이 필요하다"며 "퇴임 후 7개 학교와 함께 학교 단위 적용과 피드백을 통해 자료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문해력 교육을 둘러싼 구조적 한계도 분명했다.
김 전 교장은 "많은 교장들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포화 상태인 교육과정 속에서 교사들이 이를 별도의 업무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문해력이 들어갈 시간적·심리적 공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변화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유천초에서는 교장이 직접 도서관에서 전 학급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독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학부모들의 지지로 이어지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들의 고민은 '스마트폰에 빼앗긴 주의력 회복'에 집중돼 있었다. 김 전 교장은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며 "문해력 교육이 학교를 넘어 가정의 생활양식까지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해력을 '학습의 필수 비타민'으로 규정했다. 김 전 교장은 "읽기와 쓰기는 인류가 발명한 문화적 도구로,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능력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의도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스마트폰과 영상이라는 강한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공적 울타리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깊이 읽기 문화 정착'과 함께 교육 체계 개편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교육과정은 교과 중심으로 과밀해 담임교사가 문해력 훈련까지 전담하기 어렵다"며 "영어 전담 교사처럼 공교육 내에 '문해력 전담 교사'를 양성·배치하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의 '문해력 특별위원회' 출범에 대해서도 기대를 나타냈다.
김 전 교장은 "문해력을 개인 문제가 아닌 국가적 기초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기존의 불필요한 행정과 사업을 정리하는 '정책 다이어트'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해력 전담 인력 배치와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가정·학교·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문해력은 단순한 읽기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사고의 자유를 지키는 '지적 최후의 보루'"라며 "아이들이 다시 책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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