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김노주] 단극에서 다극으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소련이 1991년 해체되기 전에는 세계가 미국과 소련 양극(兩極)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소련 해체 이후엔 미국이 패권을 잡은 단극(單極)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단극 체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주의, 그리고 이란-미국·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했다.

미국의 이란전 참전 결정 과정에 하자(瑕疵)가 있고, 전쟁 목표도 오락가락했으며, 이란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이 도를 넘어 전쟁에서의 승패와는 별도로 미국이 큰 내상(內傷)을 입을 것 같다.

미국은 막대한 전비를 지출했을 뿐만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堡壘)의 역할을 스스로 허문 셈이 되었다. 반면에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적 위상을 도리어 높였으니 국제정세가 미국 단극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이끄는 다극(多極)으로 굳어질 것 같다.

첫째, 미국의 전쟁 참여 의사 결정이 민주적이지 못했다. 지난 2월 11일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전쟁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측 인사 중에 참전에 동의한 사람은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한 명 뿐이었고 케인 합참의장 등은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트럼프는 다수 의견을 묵살하고 네타냐후와 헤그세스의 의견을 좇아 참전을 결정했다.

더구나 전쟁을 선포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아닌 '작전'이라는 용어를 쓰며 선전포고 없이 이스라엘과 함께 기습 공격했다. 규율보다 힘을 우위에 두는 모습을 백일하에 공개한 것이다. 서울대 이문영 교수는 저서(2026년)에서 "우아한 위선에서 정직한 야만"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둘째, 전쟁의 목표가 오락가락했다. 초기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과 이란의 농축 우라늄과 탄도미사일 제거가 목표인 듯했다.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민중 봉기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그러자 정권 교체는 접고 농축 우라늄과 탄도미사일 제거에 열중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젠 전쟁이 자초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푸는 데로 초점을 옮겼다.

셋째, 이란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네타냐후는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제거하고 나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란은 해협을 봉쇄했고 세계 유가가 치솟았다. 미국 내에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자 당황한 트럼프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일본, 한국, 심지어 중국에까지 참전을 요청했다. 직접 피해를 본 아랍에미리트 연합국(UAE)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전을 거부했다. 전쟁이 국제규범에 맞지 않고 목표조차 오락가락하니 참전할 리가 없는 것이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 정도가 지나쳤다. 당황한 트럼프는 그간 도와줬더니 왜 돕지 않느냐며 배신자론을 꺼냈다. 이익을 주고받는 것이 국제 관계인데 마치 그간 미국이 자선을 베푼 것처럼 "기억 하겠다"며 관세 보복과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까지 언급했다. 전쟁 종식을 호소하는 교황을 비난하며 트럼프 자신이 예수인 듯 보이는 그림까지 게시했다.

미국과 전 세계 여론은 악화됐다. 미국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민주당은 트럼프와 헤그세스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핵심 인물인 터커 칼슨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에 대한 비난은 가톨릭 신자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와 중국은 웃고 있다. 러시아가 러-우 전쟁으로 어렵던 와중에 두 나라가 때 맞춰 이란을 침공해 주니 국제적 비난은 러시아를 비껴갔다. 러시아산 유가는 두 배 이상 뛰었고 경제 제재마저 일시적이나마 풀렸으니 러시아로서는 앉아서 실리를 챙겼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일 대만 제1 야당 정리원 주석과 회담하며 양안관계를 대화로 푸는 모습을 연출했다. 미국이 관세로 많은 나라들과 등을 졌지만 중국은 다음 달 1일부터 아프리카 53개 수교국에 대해 무관세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선점했던 타협과 관용의 상징성을 중국이 가져가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힘을 낭비하고 체면을 구기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우리로서는 한미 동맹을 잘 유지하되 다른 모든 나라들과는 실용 등거리 외교를 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이 이런 점에서 돋보인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내홍이 장기화되면서 보수 분열 우려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천 관리위원회는 대구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JTBC와 KBS가 오는 6월 개막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140억원에 공동 중계하기로 합의하며 방송가의 갈등이 해소됐다. KBS...
이란이 미군 군함을 겨냥해 드론 공격을 감행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화물선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