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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하지만 말고 결과 낼 수 있는 투지와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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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근 포항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 인터뷰
1996 애틀란타 패럴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시각장애인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김일근 포항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올해 동계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과가 나온 지금이 장애인 엘리트 체육 선수 양성 시스템을 손봐야 할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김일근 포항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은 한국 장애인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원래 권투 챔피언을 꿈꾸던 김 부회장은 과도한 체중 조절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을 앓았고 그 뒤 실명, 시각장애인이 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김 부회장은 시각장애인 유도 선수로 거듭나 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에서 유도 남자 -60㎏ 동메달을 획득했다.

선수 은퇴 후에는 시각장애인 유도 지도자로 활동했다. 지금은 경북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 역할을 비롯해 시각장애와 장애인 체육과 관련된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김 부회장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결과를 전해듣고 나서 장애인 체육 선수 출신으로서 기쁨과 대리만족을 느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월 패럴림픽에 참가해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종합 13위에 올랐다.

하지만 환호를 듣는 순간은 잠깐. 그 뒤로 이어지는 장애인 체육에 대한 긴 침묵, 특히 선수와 선수를 지원하는 사회가 내는 엇박자의 소음이 떠오르며 걱정이 앞선다. 가장 먼저 지적한 건 선수와 선수를 꿈꾸는 장애인들의 투지다.

'시각장애인 유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김일근 포항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제가 애틀랜타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에 무릎을 다쳤어요. 인대가 파열돼 깁스를 6주 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대회가 코 앞이라는 이유로 깁스도 안 하고 미국에 가 훈련했어요. 그 때 저는 '살기 위해서라도 유도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메달을 따야 했던 이유가 살 수 있는 희망, 그리고 메달을 따면 내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길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어요."

장애인 체육은 스포츠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라는 게 김 부회장의 지론. 그런데 이 과정이 힘들어 그저 기초생활수급자로 머물거나 심지어는 잘 하는 사람을 타박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고 했다.

선수들의 투지도 걸림돌이지만 장애인 선수를 대하는 사회의 시스템이 선수들의 투지를 꺾을 수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김 부회장은 일부 기업이 장애인 선수를 '장애인 고용 의무화 법률'의 면책용으로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한 영세한 기업체가 장애인 선수로 구성된 실업팀을 만든다고 할 때 기업체는 의무고용 비율에 맞는 정도로만 선수를 영입해 고용·피고용 관계로 계약을 맺고, 근로시간은 4시간 안팎으로 설정한다.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한달 150만원 안팎으로 최저시급 수준. 지도자 초빙이나 훈련 지원 등은 거의 없다는 게 김 부회장의 주장이다.

"한 기업에서 장애인 선수로 구성된 실업팀을 만드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직원 고용 형태로 해 놓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기업체는 장애인 고용 의무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고용 보조금까지 받게 되죠.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장애인 선수에 대한 최저시급에 준하는 임금 이외에 훈련이나 지도자 지원 같은 실질적 지원은 하나도 없어요. 그저 장애인 고용 의무를 면피하기 위해 장애인 선수를 이용하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수층은 당연히 얇아진다. 게다가 원래 있던 선수들마저도 제대로 기량을 키우지 못한다고 김 부회장은 안타까워했다. 현재 장애인 체육계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결국에는 사회가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김 부회장은 지자체가 장애인 체육 실업팀을 만들어주는 게 제일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장애인 선수에게 들어가는 지원 금액은 비장애인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금액보다 훨씬 적고, 지자체 자체로도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기업체도 면피성으로 장애인 선수를 지원할 게 아니라 장애인체육회 등과 함께 선수들의 훈련과 기량 향상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 어떨까요? 선수들의 투지는 당연히 개인적으로 더 키워야 할 부분이고요. 그래야 장애인들이 체육을 통해 재활과 자립을 이뤄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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