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복판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전 세계의 빛이 모이는 그곳에서 묘한 기시감(Deja-vu)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만나며 형성된 그 유명한 Y자형 도로, 그리고 시선이 끝나는 정점에 우뚝 선 '원 타임스퀘어' 빌딩을 바라보며 나는 고향 대구의 동성로를 떠올렸다.
구 한일극장(CGV 대구한일)에서 대구백화점을 향해 남쪽으로 걸어 내려갈 때 마주하는 그 길, 성형외과 건물을 정점으로 좌우로 갈라지는 'Y자형 시각적 소실점'은 타임스퀘어의 구조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뉴욕 타임스퀘어가 세계적인 명소가 된 핵심 이유는 단순히 전광판이 많아서가 아니다. 브로드웨이와 7번가가 교차하는 Y자형 크로스 공간이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보행자의 시선을 단 한 점으로 몰입시키는 이 천혜의 구조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로도 승산이 충분히 있는 자산이다.
우리는 이 자산의 가치를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 공간구조 외에도 동성로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많다. 한 예로 콘텐츠 전략을 들 수 있다. 전광판은 그릇일 뿐이다. 대구의 문화 콘텐츠들(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치맥페스티벌, 대구FC, K-팝, 대구국제마라톤 등)이 동성로와 연동될 수 있는 독자적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명동의 경우 모든 전광판에 동일한 영상을 동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동성로도 'Y자형 3면 동시 송출'이라는 기술적 차별화로 '세계에 없는 콘텐츠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동성로 대백 광장 한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보길 권한다. 이 완벽한 Y자형 소실점과 대구백화점 건물의 광활한 시각적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초고화질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들이 쏟아지는 장면을 말이다. 당신은 아마 놀라운 빛의 향연 속에서 공간과 일체화되는 강렬한 몰입감으로 '여기가 동성로가 맞아?' 라는 느낌을 상상할 수 있다. 서울 광화문은 너무 넓어 시선이 흩어지고 부산 해운대는 배경에 초점이 분산된다. 광화문이나 해운대는 '보러 가는 곳' 즉, '속에 들어가는' 경험이 아니다. 반면 동성로의 '한국 최초 Y자형 미디어 스퀘어'는 '그 안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바로 동성로만의 차별화 포인트이다. 이는 동성로를 '전 세계의 동성로'로 세계인이 동경하는 '글로벌 디지털 에피센터(Global Digital Epicenter)'로 등극시킬 수 있는 결정적 킬 포인트(Kill-point)가 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 성공의 핵심은 단연코, 우리 대구의 관습을 깨는 것이다. 최근 대구 국제 마라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을 내걸며 글로벌 무대를 향해 파격의 승부수를 던졌듯, 동성로에는 그 이상의 행정적 결단이 필요하다. 동성로라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3D 캔버스'로 규정하고, 전 구역을 유기적인 미디어 아트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대형 전광판 몇 개 다는 것으로 그친다면 성공여부는 또 자명해질 것이다. 세계적인 공공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하여 이 공간 혁명에 대구의 명운을 걸고 '대구 아직 살아있다'가 보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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