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항문이 불편한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치질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끄럽거나 두렵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미루곤 한다. 특히 '치질쯤이야'라고 생각하며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반복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치질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항문 혈관에 반복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변비로 인해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오랜 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잦은 설사, 비만, 임신 등이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오랫동안 화장실에 머무르는 습관도 치질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질의 대표적인 증상은 출혈이다. 배변 후 선홍색 피가 묻어나거나 변기에 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항문이 돌출되거나 만져지는 증상, 배변 후 잔변감, 가려움증,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출혈만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항문 조직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탈항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환자들이 항문 출혈이나 통증을 단순 치질로만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특히 항문 통증의 경우, 그 원인이 모두 치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항문 주변 근육의 과도한 긴장으로 발생하는 '항문거근 증후군(Levator ani syndrome)' 등의 질환을 단순 치핵으로 오인하여 불필요한 수술을 진행했다가 통증이 오히려 악화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PPH 등 원형자동봉합기(Stapling)를 이용한 치핵 수술 후, 이전에 없던 새로운(New-onset) 항문거근 증후군 증상이 나타나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대장암, 염증성 장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경·근육학적 질환까지 명확히 감별해낼 수 있는 대장항문 전문의의 정밀한 진단이 수술 전 선행되어야 한다.
항문 조직이 반복적으로 탈출하거나 출혈과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통증과 회복 기간을 줄인 다양한 수술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튀어나온 조직을 제거하는 '해부학적 수술 결과'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항문은 배변을 조절하는 복잡한 근육과 감각 신경이 밀집된 예민한 기관이므로, 반드시 '기능적 수술 결과'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만약 항문 상피조직을 과도하게 절제하거나 손상시킬 경우, 수술 후 항문이 좁아져 배변이 고통스러워지는 '항문 협착' 등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고생할 수 있다.
즉, 수술 자체의 완결성만큼이나 항문의 본래 기능을 보존하는 정교한 수술 기법과 적절한 치료 시기의 선택이 완치의 핵심이다.
항문 질환은 감기처럼 흔한 질환이다. 출혈이나 통증, 항문 돌출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더 이상 참거나 숨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조기에 올바른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수록 치료의 부담은 줄고 안전한 회복은 빨라진다. 올바른 생활 습관과 더불어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통한 정기적인 검진이 항문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기억해야 한다.
의료법인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대장항문센터 김찬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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