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층 탈모(脫毛)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토론회를 거쳐 하반기 중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탈모가 청년들의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상황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탈모 치료 급여화(給與化)가 중증 질환 및 필수의료 지원보다 시급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생명과 직결되거나 경제적 부담이 큰 중증 질환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많은 난치성(難治性) 질환 환자와 암 환자들은 고가의 신약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비싼 약값으로 고통받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돼도 건강보험 적용까지 수년이 걸린다. 낮은 의료수가(醫療酬價)로 인해 필수의료와 응급의료는 이미 무너졌다.
이런 여건에서 탈모 치료를 급여화하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의료계와 환자 단체의 비판도 거세다. 새로운 분야에 재원이 투입되면, 다른 분야의 지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건보 재정의 악화도 심각하다. 건보 재정은 올해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로 2029년이면 누적 준비금(적립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탈모 급여화에 필요한 구체적인 재정 규모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비용 추계(推計)와 재원 조달 방안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정책 추진부터 언급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탈모 건보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이었다. 당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컸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의 급여화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가 탈모 문제를 공론화(公論化)하려면, 먼저 건보 재정에 미칠 영향과 의료적 타당성을 공개해야 한다. 요식적인 토론회로 명분을 쌓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탈모 치료 급여화가 합리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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