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은식의 페리스코프] 사관학교 지원율 하락, 누구의 책임인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군에 지휘서신을 보내 사관학교 지원율 하락 원인 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군에 지휘서신을 보내 사관학교 지원율 하락 원인 등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국방부 장관은 6월 30일 전군에 내려보내는 지휘서신에서 사관학교 지원율 하락의 원인을 현재의 사관학교 교육체계와 교육과정에서 찾으며, 이를 근거로 사관학교 통합과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접근이며,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분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의 출발은 정확한 원인 진단이어야 한다. 진단이 틀리면 처방 역시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과정이 아니라 국가가 군인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사관학교 지원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교과과정 때문이 아니라 군이라는 직업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가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국가의 군사문화와 국방정책, 그리고 군인을 대하는 사회적 환경에 있다.

젊은이들은 단순히 교육시설이 좋아서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직업의 미래, 사회적 존경, 국가적 위상, 경제적 보상, 자긍심과 사명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사관학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얼마나 영민한데 그런 시각을 갖고 국방을 진단하고 있으니 헛발질만 계속하고 내놓은 안마다 국방을 걱정하게 만들고 국방파괴로 인식되는 것이다.

과거 사관학교는 국가 최고의 엘리트들이 지원하는 교육기관이었다. 당시 교육시설이 오늘날보다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의 명예가 살아 있었고, 제복을 입은 군인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625를 겪은 세대들이 공산군의 잔혹함과 이중성을 실제로 몸으로 겪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삶자체가 하나의 교훈이었다. 

반면 오늘날 젊은 세대는 장기복무 군인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잦은 이사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시까지도 몇 번을 거쳐 이사를 해야 겨우 졸업하는 자녀 교육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빈번한 정책 변경, 군인의 사회적 위상 저하, 각종 정치적 논란 속에서 장교라는 직업이 과연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인지 고민한다.

◆사관학교 통합으로 지원율 회복 기대는 논리적 비약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교육과정만 개편한다고 지원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다. 더욱이 인구 감소 역시 중요한 변수이다. 학령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은 모든 대학과 기관이 함께 겪는 현상이다. 이러한 국가적 인구구조 변화까지 사관학교 교육의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장관은 또 합동성 강화를 위해 사관학교부터 함께 교육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합동성은 같은 학교를 다녔다고 자동으로 생기는 능력이 아니다. 통합군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사관학교는 별도 각군별로 운영한다. 그 이유를 장관은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현대 군사 선진국들은 각 군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합동성을 발전시켜 왔다. 합동성은 합동참모교육, 합동지휘훈련, 연합작전 경험, 합동참모 근무, 통합지휘체계 등을 통해 축적되는 능력이다. 오히려 각 군의 고유한 전문성이 확립되어야 진정한 합동성이 가능하다.

육군은 지상작전, 해군은 해양작전, 공군은 항공우주작전이라는 서로 다른 작전 환경과 문화, 전술체계를 갖는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초급장교 양성 단계부터 획일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반드시 합동성을 높인다는 실증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합동성은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이다.

특히 장관은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반대를 기득권과 선입견의 저항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정책 비판은 기득권의 저항이 아니라 정책 검증 과정이다. 국민과 전문가, 예비역, 현역 출신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히 전통을 지키자는 감정적 반대가 아니다. 교육 효과, 비용 대비 효율성, 장교 양성 체계, 군별 전문성, 역사성과 조직문화, 이전 비용 등 다양한 정책적 쟁점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국민동의 청원에 많은 국민이 참여한 사실 역시 이러한 논의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공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모두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책 토론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

◆국방개혁은 검증과 사회적 합의 필요 

개혁은 반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통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국방정책은 한 번 잘못 결정하면 수십 년간 되돌리기 어렵다.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장기복무 장교 확보의 본질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평시에 대규모 상비군을 유지하기보다 일정 규모의 정예 상비군과 강력한 예비전력을 함께 운용한다. 상비군은 적의 초기 공격을 저지하고 국가가 총력전 체제로 전환할 시간을 확보하는 핵심 전력이며, 예비군과 국민 동원 체계는 그 이후 국가방위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체계에서 직업군인은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핵심 전문인력이다. 따라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군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장기복무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합당한 처우와 사회적 존중을 보장하는 것이다. 군인을 존경하지 않는 사회에서 우수한 청년이 군인의 길을 선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끝으로 공직자의 자세 역시 중요하다.

고위공직자는 국민 앞에서 정책뿐 아니라 자신의 공적 책임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병역과 관련한 논란이나 공직 수행과 관련된 의문이 제기될 경우, 이를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일반적인 원칙이다. 반대로 이러한 문제 제기를 모두 인신공격이나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정책 논쟁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국방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은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사관학교 지원율 하락의 원인은 교육과정이 아니라 군인의 사회적 위상, 국가의 안보관, 장교 직업의 미래 비전, 인구구조 변화, 처우와 복지, 그리고 국가가 제복 입은 군인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있다.

교육체계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은 국방개혁의 본질을 비켜간 처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관학교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다시 군인을 존경하고 우수한 청년들이 제복을 자랑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장교 지원율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에 대해 전력과 용수 인프라가 충분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각각 1만1천900원과 1만360원을 제시하며 격차를 좁혔으나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하고, 추가 수정...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026 FIFA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으며...
서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이 중부와 동부 유럽 및 미국으로 확산되며, 크로아티아, 헝가리, 알바니아, 폴란드에서 38도를 넘는 고온이 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