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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호한 선관위원 역할과 책임, 이제라도 분명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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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14조는 선거관리위원회를 입법·사법·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원은 단순히 자문에 응하는 자리가 아니라 선거 행정을 최종 결정하고 책임지는 국가 최고위 공직자다. 위원장 포함 9명으로 구성되고 이 중 8명이 비상임 위원이다. '공명선거추진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위원장은 290만 원, 위원은 215만 원을 받는다. 출무(出務)수당, 안건검토수당 등을 합하면 매달 300만~500만 원 정도 된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3일 열렸다. 그러나 증인으로 채택된 중앙선관위원 9명 중 7명이 무더기 불출석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오후 늦게 출석하는 촌극을 빚었다. 출석요구서가 촉박하게 송달(送達)되긴 했지만, '명예·수당 등 혜택은 다 받고 책임은 회피하려 했느냐'는 지적을 면하긴 어렵다. 여야 의원들이 '국민에 대한 집단 항명' '국민 무시 처사'라며 한목소리로 질타한 것도 과하다고 할 수 없다.

비상임이지만 6년 임기의 헌법기관 위원이 된다는 건 민주주의 근간(根幹)인 선거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선거 관리에 구멍이 뚫려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됐다면 국회에 나와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논의하는 게 도리다. 잘못된 게 없다면 출석해 떳떳하게 밝히면 된다. 문제가 있다면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평소 출근하지 않는 비상임'이라며 뒤로 물러나선 안 된다.

이제라도 선관위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행법은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위원의 의사결정 책임, 관리·감독 의무 위반 시 법적 제재는 모호(模糊)하다. '비상임'이 책임 회피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위원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비상임 위원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9명 중 8명이 비상임인 구조에서는 사무처를 제대로 지휘·감독하기 힘들고,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최고 명예와 수당만 취하고 정작 책임질 땐 '비상임' 뒤에 숨는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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