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처럼 살아가는데, 당신의 삶이 나처럼 활짝 피어나지 않겠습니까?"
어떤 책은 읽는 내내 지루하고 힘들어서 얼마나 남았는지를 수시로 확인하게 만드는 반면, 어떤 책은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게 아깝다. 속된 말로 버릴 게 하나도 없고 어디를 펼쳐도 우아하고 지혜로운 문자의 향연으로 가득한 책을 만난 기쁨을 말로 어찌 표현할까.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고 알려준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1907년에 발표한 '꽃의 지혜'이다.
'꽃의 지혜'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한자리에만 붙박여 있게 만든,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꽃. 그 꽃을 남보다 열심히 계속 관찰하여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얻은 자연의 지혜를 나눠주는 귀한 잠언집이다.
인류는 "우리 이전에 생명이 걸어간 길을 그저 '놀란 어린아이'처럼 뒤밟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시작하는 책은 시종 꽃 같은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때론 비수를 날린다. 자연 만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무엇이든 인간이 창조해냈다는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빤히 드러난다는 얘기.
작가는 '수정'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이유는 꽃의 수정이란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다소곳해서" 모든 게 참고 견디며 기다림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사실은 "숙명에 대한 저항이 가장 격렬하고 집요하게 펼쳐지는 곳"이고 이는 인간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꽃의 가장 중요한 결합을 일컬어 "혼례 의식 가운데서도 타가수분(암수가 다른 개체로 나뉜 상태에서의 수분)에 필요한 복잡한 장치들"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치는데, 특히 악취 심한 약초 궁궁이에 대한 사례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다. 오죽 신기했으면 마테를링크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녀석이 정말이지 아주 드물게 밖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터졌다.
식물이 보여주는 가장 완벽하고 조화로운 지혜의 증거로 난초를 추천하는 작가는 피라미드 난과 카타세툼과 지네발난과 두레박난 등을 경유해 "마치 우리의 인내와 끈기, 자존심을 꽃 또한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통찰한다.
마테를링크는 꽃과 관련해 대자연이 스스로 아름답고 즐겁고 또 행복하길 원할 때 취하는 행동이란, 우리 인간이 취했을 법한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꽃을 모르고서는 우리 자신의 행복이 어떻게 표출되고 어떤 징표로 드러나는지 역시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자고 요청한다. 또한, 자연의 진화 과정에서 묻혀버릴 존재인 인간에게 존재의 우연성을 자각하고 우호적이되 베일에 가려진 자연의 뜻과 더불어 공존해나가야 한다, 는 호소도 잊지 않는다.
'꽃의 지혜'는 말한다. 자연의 힘에 두려워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자고, 우리 정신은 자연과 더불어 같은 우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자고. 온갖 대접 받고 귀하게 자란 5월의 장미도 하루하루 힘겨운 투쟁 속에 삶을 이어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내게 던지는 작가의 죽비 같은 경구.
"누구든 정원에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발휘하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 데 투여한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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