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오랫동안 '메디시티 대구'를 도시 브랜드로 내세워 왔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케이메디허브, 의료관광, 의료기기 산업 등은 대구를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중심 도시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의료 현실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응급의료 인력 부족, 필수의료 공백, 정신건강 문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필자는 보건의료 정책과 의료산업 정책을 보다 긴밀하게 연계하는 새로운 행정체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보건의료 분야와 의료산업 분야가 서로 다른 조직에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보건의료 부서는 시민 건강과 공공의료, 감염병대응, 건강증진사업등 공공성을 우선으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반면 의료산업 부서는 의료기기개발, 바이오산업육성, 기업지원, 투자유치, 일자리창출 등 경제적 성과를 추구한다. 목표와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의료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지금은 이러한 분리 구조만으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산업계에서 개발되고, 산업계가 만든 기술은 다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부서가 각각의 목표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정책과 산업의 연결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현장의 수요와 정책의 공급이 어긋나고,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의료현장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더디게된다.
특히, 최근 지방의 필수의료위기는 기존방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보여준다. 응급의료와 중증질환진료, 정신건강서비스, 고위험 산모관리 등은 단순히 의료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 모니터링, 첨단 의료기기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정책과 의료산업 정책이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물론 통합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공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산업 육성과 투자 유치가 강조되다 보면 수익성이 낮은 응급의료나 정신건강, 취약계층 의료지원이 후 순위로 밀릴 위험이 있다. 또한 보건정책과 의료산업은 전문성이 다른 영역인 만큼 무리한 조직 통합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의료계와 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정책 방향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라 균형 잡힌 융합이다. 조직 내부에 공공의료와 의료산업 기능을 각각 유지하되, 정책기획과 전략수립 단계에서는 하나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업 성과뿐 아니라 응급의료 접근성, 필수의료 확보율, 정신건강 서비스 개선 등 시민건강지표를 핵심성과지표(KPI)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의료계와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공공성과 산업 발전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출범한 AI 바이오 메디시티협의회는 그 역할은 비로소 제 역할을 할수있게 된다.
대구는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연구기관, 의료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제는 각각의 자원을 따로 운영하는 데서 나아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발상이 필요하다. 의료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두 영역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시민이 체감하는 진정한 메디시티가 완성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 개편 자체가 아니다. 시민들이 더 빠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지역의 우수한 기술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며, 대구가 대한민국 의료 혁신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의료와 산업의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과제다. 앞으로 대구가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이뤄내고 또한 전국 최초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그 출발점은 언제나 시민의 건강권이어야 하며, 메디시티의 성공 역시 시민이 체감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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