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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력, 용수, 소·부·장 모두 갖춘 TK 배제된 반도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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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충청권에 수백조원 규모의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비수도권에 첨단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수도권 집중 완화, 국가 성장축 다변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초대형 프로젝트 추진에서 대구·경북(TK)은 사실상 제외돼 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 공장 입지는 정치가 아니라 산업 논리로 결정돼야 한다. 팹(FAB) 하나에 수십조원이 투입되고 수만 개의 일자리가 연결된다. 전력, 용수, 교통망, 연구개발 역량, 전문 인력, 협력 업체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비로소 경쟁력이 갖춰진다. 국가 전략산업 입지를 정치적 고려나 지역 안배(按排)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산업은 전력 산업과 다름없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기 수요라는 괴물이 우리를 잡아먹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필수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만 해도 장기적으로 하루 76만t이 넘는 용수가 필요할 전망이다. 전력과 물은 입지 선정의 핵심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TK가 주요 후보군에서 거론조차 안 되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북은 원전 밀집 지역으로 전국 최고 수준인 228%의 전력 자립도를 갖췄다. 연간 5만6천GWh의 여유 전력을 갖고 있다. 낙동강 수계(水系)를 기반으로 하루 100만t 규모 취수가 가능하고, 구미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기반도 형성돼 있다. 전력과 용수, 산업 생태계라는 반도체 입지의 핵심 요소를 두루 갖춘 셈이다. 그런데 정부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따르면, 영산강 권역은 2030년 생활·공업용수 부족이 예상된다. 기후변화까지 감안하면 부족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물을 먹는 하마'를 넘어 '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불린다. 장기적 용수 확보 대책부터 면밀히 따져야 한다.

정치 개입 논란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회동 직후 투자 지역과 규모가 회자되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미확정 계획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하는 모습은 매우 의심스럽다.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균형발전은 지역별 강점과 경쟁력을 공정 평가한 뒤 최적의 선택을 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호남과 충청 투자도 의미 있다. 그러나 TK가 평가조차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일 뿐이다. 대구·경북은 특혜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의 유치 역량이 충분한 지역으로서 정당한 경쟁 기회를 말하는 것이다. 세계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시대다. 반도체 입지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으로 답해야 한다. TK 없는 반도체 지도가 최선인지, 정부는 국민 앞에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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