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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의 두발 산책] 도심 곁에 펼쳐진 거대한 무덤숲… 불로동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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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봉분들이 빚어낸 불로동 고분군의 풍경. 정두나 기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봉분들이 빚어낸 불로동 고분군의 풍경. 정두나 기자.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7m의 높이, 너비는 20m에 달하는 봉분 앞에 서면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거대 봉분은 하나가 아니다. 높이 4~7m의 봉분이 이곳저곳에서 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 봉분 사이를 걷는 시간 여행

분묘를 구경할 수 있도록 돌과 흙길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길을 따라 1시간 정도를 걸으면 봉분들을 얼추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낮 시간대 방문객은 거의 없어서, 앞장서서 날듯이 걷는 새들을 따라 봉분 사이사이를 걸었다.

봉분 너머에는 대구 시내가 보인다. 봉분과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 높게 솟은 아파트가 나란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국가 지정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기에, SNS에서는 '셀프 웨딩 사진'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이곳에는 300기 이상의 분묘가 모여 있다. 무덤 중 일부는 가족묘로 보이기도 한다. 40대 여성과 함께 어린이로 추정되는 인골들이 함께 나와서다. 크기 별로 다른 묘를 한참 구경하며 걷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난다.

중간중간 일반 무덤처럼 보이는 작은 무덤은 봉분이 아니다. 이장이 예정된 일반묘가 섞여 있어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 유의해야 한다. 무덤을 피해 깔린 돌을 따라 걸었다. 잘 깔린 길이 아니기 때문에,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일부 구간은 높은 턱으로 돼 있어 편안한 복장과 신발을 갖춰야 한다.

지난 2020년 불로동고분군에서 야간 경관조명 점등식에 참여한 이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2020년 불로동고분군에서 야간 경관조명 점등식에 참여한 이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매일신문 DB.

◆ 권력이 잠든 언덕

봉분들은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옹기종기 모이게 됐을까. 이 무덤들의 주인은 5세기 무렵 의 삼국시대의 지배 세력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근처에는 평리동과 비산동을 지배하던 달구벌 세력 등 여러 세력이 알력 다툼을 하던 때였다. 이들 중 일부가 생전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고, 내세에서도 권력을 유지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높디높은 봉분을 쌓았을 것이다.

구경할 수 없는 그 속은 어떨까. 지면 아래로 깊게 땅을 파고, 그 안에 돌을 쌓아서 축조한 '수혈식 석곽형'으로 이뤄져 있다. 벽면은 마치 정교하게 만든 벽돌을 쌓아 올린 듯 정돈된 모습이었다. 시신뿐만 아니라 화려한 말 장식과 귀고리가 종류별로 묻고, 무기와 생선도 함께 넣어 무덤 속을 채웠다. 이 역시 무덤 주인의 권세를 보여주는 증거다.

2023년 동구관광사진 공모전 은상 장철현
2023년 동구관광사진 공모전 은상 장철현 '고분군 역사의 밤'. 동구청 제공.

◆ 외로운 소나무… 이젠 없네

봉분 사이에 우뚝 선 '나 홀로 나무'는 고분군의 대표 볼거리다. 봉분 주변으로 무리를 지어 식재된 소나무들과 따로 떨어져, 봉분 사이에 홀로 자리 잡았다. 이 나무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동호회원들이 종종 방문하기도 했다.

이 나무는 지난해부터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돼 사시사철 푸르러야 할 소나무가 붉게 물들었다. 다른 나무에 병을 퍼뜨릴 위험이 커서, 결국 올해 나무를 베어내야 했다. 나무가 있던 곳에는 나무 밑동과 솔방울 더미만 남아 있었다. 한평생 외로이 서 있는 나무는 더욱 외로운 흔적을 남긴 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베어낸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베어낸 '나 홀로 소나무'의 밑동이 불로동 고분군에 남아 있다. 정두나 기자.

불로동 고분군을 시작으로, 대구 동구의 볼거리를 돌아볼 수 있는 힐링 로드도 준비돼 있다. 팔공산 둘레길의 6코스에 해당하는 곳이다. 고분군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해 봉무정 독좌암까지 이르는 7.2km 산책길이다.

나비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나비공원과 경주 최씨의 집성촌인 옻골마을, 만보산책로 등 단산지를 둘러싼 산책로다. 중간중간 휴식지와 화장실도 준비돼 있어 부담 없이 걸어보기 좋다.

사람의 키를 몇 배나 넘는 봉분과 도심의 아파트가 한 화면에 담기는 풍경은 불로동 고분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봉분 사이를 거닐다 보면, 1천500년의 시간이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래된 무덤들은 오늘도 도심 한복판에서 묵묵히 대구의 시간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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