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작·연출, 극작가 선욱현이 아버지로 분한〈대화의 습도〉(시어터 쿰)는 엄마의 죽음 이후 아들과 아버지가 오랫동안 쌓여온 부자 관계의 심리적 갈등을 풀어가는 일상적인 서사 구조의 작품임에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90분 동안 송곳으로 찌른다. 그 미안함과 내 자신으로 비쳐지는 부자 간의 감정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표현에 서툰 두 사람의 관계는 너무도 솔직해서 때로는 자신의 시간처럼 느껴져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이기가 장점이 되는 공연이다.
◇ 아버지와의 대화의 방법<대화의 습도>
두 사람의 대화에서 생겨나는 간극과 그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습도'는 서로의 마음으로도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눅눅한 감정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기도 하면서도 대화의 습도 사이에서 수증기처럼 터지는 어색함과 시선, 긴장된 제스처와 앵그리버드 같은 표정들, 아버지와 아들의 일상적인 행동들 사이에 올라오는 두 사람의 어색한 관계의 온도가 쌓여지는 연극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현재가 아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 아들한테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그 서툼의 사이에서 쌓여지는 웃음도 만만치 않다. 사설보안업체 팀장을 하는 아버지와 오랜만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아들한테 "너는 왜 이런 것 하나 못 하니!"라며 아버지의 음식 만드는 법으로 핀잔을 주면서도 걸려온 핸드폰에 대고 "내 아들이 얼마나 음식을 잘 만드는지 알어?" 하며, 아들 자랑을 하는 그런 아버지다.
무대도 드라마 세트 스튜디오처럼 빌라 내부를 사실적으로 전경화한 것도 장점이다. 무대가 이러한 구조인 만큼 두 사람의 연기도 녹화 현장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무대는 아내의 죽음 이후 아들한테도 정확한 주소를 알리지 않은 채 이사를 온 복층 구조의 빌라 내부이고, 부엌이면 계단, 응접실과 1, 2층 구조다. 극은 아버지가 무료하게 TV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해 아들이 캐리어 가방을 들고 들어서는 것부터 시작된다. 마음만큼은 그렇지 않지만 무관심과 꼰대 기질로 툭툭 치는 훈계형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과 대화의 습도는 간암으로 죽은 엄마의 기억,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 엄마의 임종을 볼 수 없었던 아들, 산동네에 자취방을 얻어준 부모를 향해 대학 인근으로 옮겨 달라고 했던 말 못 할 아들의 과거의 시간과 대학에 떨어졌던 소소한 시간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었던 기억들이 쌓여지면서도 <대화의 습도>로 쌓여진 습함의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데 있다.
자신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 아들을 향해 "자식이 하는 걸 아버지가 모르는 부모도 있냐?"라며 한방 날리면서도 그 사이의 체온으로 닫힌 마음의 문들을 열어간다. 서툰 감정만을 보이는 아버지를 향해 악을 쓰고 대들면서도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은 아들이다. 이런 서툰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배우로, 무대에선 선욱현 작가의 연기가 사실적으로 디테일하면서도 아버지의 심리 묘사가 웃음 포인트가 되는 장면들도 상당하다. 이런 장면이다. 아들과 처음으로 술 한잔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와 아들. 선욱현은 그런 어색한 마음과 아들을 향한 애틋한 애정을 소파를 긁적이면서 아버지의 심정을 표현하는데, 그 장면에서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읽게 하는 극중 장면들이 상당하고 아들로 분한 박성민의 연기도 공감을 줄 정도로 사실적이다.
<대화의 습도>가 이렇게 평범한 일상성으로 극이 달려가는 것을 경계하듯 작가는 한 가지 설정을 한다. 엄마는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의 습도를 알고 있듯 그 사이를 좁혀주기 위해 평상시 그리던 미완의 그림인 두 사람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완성해 달라는 유언이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은 그림이 서툴게 완성되어 가는 시간까지 대화의 습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서서히 걷히고, 미안함과 후회, 용서와 이해의 온기로 바뀌면서 마침내 관계를 회복시키는 온도가 된다. 결국 '습도'는 단순히 슬픔의 감정보다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관계의 시간이며, 이 작품은 부자의 서툰 감정에 스며 있는 습도가 걷히는 법을 웃음과 공감으로 알려준다.〈대화의 습도〉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가족에게 필요한 대화의 습도를 말하는 작품이다. 그 사이의 어색한 웃음도 상당하고, 90분이 길지않다. <대화의 습도>는 김성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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