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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25조원 호남 반도체 구체성 없는 정부 설명, 의문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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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호남을 제2 반도체 생산기지로 공식화했다. 29일 국민보고회는 정부가 제기된 의문을 해소하고 정책 타당성을 입증할 기회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와 여권은 보고회 이전부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잇달아 언급하며 기정사실화했다. 정치가 산업 입지를 먼저 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국민보고회에서 전력과 용수 대책을 제시해 이를 불식(拂拭)시키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의혹만 커졌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단지에 6.3GW의 전력과 하루 65만t의 용수를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안정적 기저 전원과 송전망, 변전소, 초순수 생산시설, 광역 용수관로가 함께 확보돼야 한다. 정부는 ESS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SMR 활용 등을 언급했지만 방향만 제시했을 뿐, 어느 발전원에서 공급할지, 송전망은 언제까지 어떻게 확충할지 등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용수 문제에 대해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고,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수계 전환과 기존 댐 활용, 하수 재이용, 댐 증고(增高)'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준비된 공급 기반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검토할 확보 수단을 나열한 수준에 가깝다. 수계 전환과 댐 증고는 관계 기관 협의와 인허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사업이고, 하수 재이용 역시 고도처리와 초순수 설비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용수 여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이를 언제 어떤 절차로 해결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정책 결정 과정은 더 큰 문제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기업이 결정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더욱 객관적 검증 자료를 내놔야 한다. 왜 호남이 다른 후보지보다 산업적으로 경쟁력이 높은지, 입지 평가와 경제성 분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공급망과 인프라를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정부가 자신 있다면 데이터로 설득하면 된다. 그럼에도 결론만 앞서고 명확한 근거(根據)를 제시하지 못하면 '지역 먼저 정해 놓고 논리를 맞춰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구·경북의 허탈감은 크다. 원전과 대규모 전력망,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과 제조 기반을 갖추고도 국가 전략산업의 중심에서 번번이 소외돼서다. 특정 지역의 이해(利害)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은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산업적 경쟁력으로 선택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선언이 아니라 데이터가, 정치가 아니라 기술이, 구호가 아니라 생태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청사진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는 국가 미래 전략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정치 프로젝트라는 의심을 벗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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