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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수용] 밈코인(Meme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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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 하나가 천문학적 돈을 움직이는 시대다. 사람들은 그림과 농담을 사고 심지어 대통령 이름까지 산다. 바로 '밈코인'이다. 원래 모방(模倣)되고 퍼지는 문화적 아이디어를 뜻하는 '밈'은 인터넷의 웃긴 사진, 패러디, 유행어를 가리킨다. 밈코인은 이런 화젯거리, 유행, 유명인 이름을 암호화폐로 만든 것이다. 주식, 채권, 제품과 달리 대부분 밈코인에는 공장도, 기술도, 실적도 없다. 투자 열풍이 전부다.

시장은 자산이 아니라 관심을 거래한다. 유명인 자체가 금융상품이 되는 시대다. 대표적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밈코인($TRUMP)이다. 지난해 1월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을 사흘 앞두고 밈코인을 공개했다. 최강국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암호화폐에 시장은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가격은 순식간에 70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열광(熱狂)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 고점보다 97%가량 폭락했다. 약 99만 명이 38억달러(약 5조8천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 트럼프 측이 코인 발행 물량의 80%를 보유했고 시장엔 20%만 유통됐다는데, 정작 트럼프는 손실은커녕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트럼프는 투자자가 아니라 밈코인 발행자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가격이 올라야 돈을 벌지만 발행자는 시장이 커지면 돈을 번다. 미국 정부 재산 공개에는 트럼프가 밈코인 사업으로만 6억3천600만달러(약 9천7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기재돼 있다. 시세 차익뿐 아니라 코인 발행 수수료, 트럼프 브랜드 사용료, 다양한 프로젝트 운영 등을 통해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불합리한 게임에 뛰어들까. 경제학은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으로 이를 설명한다. 밈코인의 작동 원리는 미래 자산 가치가 아니라 '누군가(나보다 더 바보가) 비싸게 사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다.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이 자기 이름을 내건 암호화폐 사업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장면은 미국인들조차 처음 봤다. 논란에 대해 백악관은 모든 것이 적법하다고 설명했지만 대통령 이름까지 투기 대상이 돼 버린 21세기 금융시장을 역사는 과연 어떻게 기록할까. 자본주의 끝판왕 국가에서 벌어졌음에도 좀처럼 납득(納得)하기 어려운 행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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