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原電) 건설까지 적극 추진하기로 입장을 전환한 것은 현실적·실용적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과 관련해 '원전을 포함해 다 검토하고' '추가 원전 건설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AI·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를 고려하면 원전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여당의 기존 탈원전 입장을 꼬집으며 '과거 정책 뒤집기' '자기모순'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무조건 '뒤집기'라며 몰아붙이는 것은 정책의 유연한 발전을 막는 소모적인 논쟁·정쟁(政爭)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의 비판이 잘못된 것도, 못할 지적도 아니다. 국민의힘이 문제 삼는 건 입장 전환의 배경이다. 비판의 초점은 '원전이냐 아니냐'보다 투자 지역 선정과 정치 일정 등 정치적 의도에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여론·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기회주의'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에선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정치적 책임'도 중요하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국정 기조(基調)였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과 책임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다.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산업 손실 및 관련 인력 유출, 사회적 갈등, 매몰 비용 등에 대해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정책을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과거 정책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치른 국가적·경제적 대가에 대한 해명과 유감 표명은 있어야 한다.
정치에서 '말 바꾸기'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뒤집는다면 신뢰와 진정성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배경과 이유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과거 정책의 오류나 그로 인한 손실에 대해 최소한의 반성적 언급을 하는 것이 도리이자 순서다. 성찰(省察) 없는 정책 전환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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