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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54>칠십의 노스승, 제자에게 힘을 실어주다, 단원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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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김홍도(1745-1806?),
김홍도(1745-1806?), '나비(蛺蝶圖)', 1782년(38세), 종이에 채색, 25.5×74.5㎝,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찔레꽃으로 날아드는 나비를 그린 김홍도의 선면화다. 오른쪽에 '임인(壬寅) 추(秋) 사능(士能) 위(爲) ㅇㅇㅇ'로 서명했고, 왼쪽은 스승 표암 강세황(1713~1791)의 글이다. 꽃과 나비 사이에 한때 이 작품을 소장했거나 감상한 두 분의 글이 더 있다. 강세황은 이렇게 평한다.

나비의 가루가 손에 묻을듯하다. 사람의 솜씨가 자연의 창조를 빼앗을만함이 이런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펼쳐보고 놀라 감탄해 한마디 쓴다. 표암이 평하다.

蝶粉疑可粘手 人工之足奪天造 乃至於是耶 披覽驚歎 爲題一語 豹菴 評

부채를 펼쳐보니 손으로 그린 게 아니라 진짜 나비 같아 경탄했다. '나비'는 당시 최고의 감평가(鑑評家)이자 시서화 삼절인 70세의 노대가 강세황의 놀람에 걸맞은 김홍도의 화조화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면밀한 사생의 묘사력으로 나비와 찔레꽃을 그리면서도 사의(寫意)적으로 소화한 표현력이 차분히 화폭에 감정을 이입하게 해 화가의 창조력이 더욱 실감난다.

부채꼴을 활용한 여백의 구성이 나비와 찔레꽃에 시선을 집중시켜 나비의 모양, 꽃의 생김새가 더욱 생생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강세황은 단원 김홍도의 호기(號記)이자 전기(傳記)인 '단원기(檀園記)'에서 여러 장르에 통달한 '무소불능(無所不能)' 중에서도 신선과 화조에 더욱 뛰어났다고 했다.

나비그림은 '나비 접(蝶)'이 '팔십 질(耋)'과 중국어 발음이 같아 80의 나이인 장수를 상징한다. '꽃 본 나비'라는 말이 있듯 꽃을 향해 날아드는 나비를 그렸으므로 건강과 장수를 함께 축원하는 뜻이다. 누군가가 'ㅇㅇㅇ'에게 축수(祝壽)의 선물로 삼으면서 강세황의 감평까지 받았다. 시서화가 함께 있어야 제격으로 여겼던 회화의 인문적 성격은 20세기 후반까지도 그러했다. 스승은 기꺼이 제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표암과 단원은 한국회화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제지간일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관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전에 나온 이 작품의 나비는 '호랑나비, 왕오색나비, 작은멋쟁이나비'라고 설명판에 적혀있다. 표암의 유명한 '자화상'도 옆에 있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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