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성악가들이 우리말로 한국 창작오페라를 부르는 날을 오랫동안 꿈꿔왔습니다"
15년간 무대를 이어온 창작오페라 '운수 좋은 날'이 처음으로 이탈리아 성악가들의 목소리로 우리말 전막 공연을 선보인다. 작품의 대본과 작곡을 맡은 박지운 지휘자는 이번 무대를 두고 "꿈꿔왔던 장면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한국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했다.
아양아트센터는 오는 17일(금) 오후 7시 30분과 18일(토) 오후 4시 아양홀에서 창작오페라 '운수 좋은 날'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2011년부터 국립오페라단과 부산·대구 지역 공모전 등에 잇따라 선정되며 15년간 공연을 이어왔다. 현진건의 동명 단편소설을 모티브로 박지운 지휘자가 자전적 이야기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980년대 초 대구 신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사랑과 17년 뒤 서울로 상경해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무너지는 관계를 그린다.
박 지휘자는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그간 국내 창작오페라는 독립투사나 의병 등 역사적 영웅 서사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며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일어날 법한 평범한 청춘, 인생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지역을 넘어 꾸준히 공연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국 성악가들이 우리말로 전막을 공연한다는 점이다. 마리아 릴리 노게라스 에스코토, 파비오 아우렐리 등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우리말로 오페라 전막을 소화한다.
박 지휘자는 "국립오페라단 공모에 당선됐을 당시부터 우리말로 된, 관객들이 즐겨 찾는 레퍼토리 오페라를 만드는게 목표였다"며 "근래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드디어 때가 왔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탈리아어의 발음 특성을 고려해 주요 인물 이름을 재수(Jesu), 아미(Ami), 숙희(Suki)처럼 모두 모음으로 끝나도록 설정했다.
이탈리아 성악가들은 지난 1월부터 한국어 가사와 발음, 작품의 의미를 함께 공부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어를 아예 모르는 가수들이라 기대와 걱정이 함께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정확한 발음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보여 놀랐다"며 "한국 피아니스트와 함께 가사의 뜻과 뉘앙스까지 익히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는 박 지휘자의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든 대봉초, 대구중, 경북고, 경북대 앞을 흐르는 대구 신천변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원작에 공간·시대적 배경을 더해 새로운 서사로 풀어냈다. 작품 1막의 첫 이중창 '희망교 밑의 망설임'도 신천변을 조깅하다 마주친 대학생들을 보며 자신의 20대 시절을 떠올려 탄생한 곡이다. 그는 "작품이 전개되면서 대구의 고향, 역할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지휘자는 이번 공연이 한국 창작오페라의 해외 진출을 위한 출발점이 되길 기대했다. 그는 "진정한 K-오페라는 외국 공연장에서 현지 성악가들이 우리말로 공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언젠가는 로마를 비롯한 유럽 무대와 중국 등에서도 '운수 좋은 날'이 우리말로 공연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문의 053-230-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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