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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꺾고 4강 간 아르헨티나, 승리보다 빛난 '검은 완장'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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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 월드컵 퇴장 항의로 카드제도 탄생시킨 미드필더…메시도 완장 차고 경기

리오넬 메시 자료사진.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 자료사진.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가 검은 완장을 찬 채 그라운드에 섰다. 13일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어떤 슈퍼스타보다 도드라진 그 완장의 의미를 되물었다.

아르헨티나는 12일(한국 시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스위스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3-1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골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토니오 우발도 라틴이 향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단 전원은 그의 영전에 검은 완장을 두르고 경기에 임했다.

라틴은 선수 생활 전부를 보카 주니어스에서 보낸 원클럽맨이었으며, 아르헨티나 대표로 34경기를 뛰며 1962년 칠레 월드컵과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출전했다. 특히 1966년 대회에서는 아르헨티나 주장 완장을 달고 뛰었다. 거대한 체격과 탄탄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중원을 지배했던 그는 탁월한 리더십으로도 명성을 남겼다.

라틴의 이름이 축구 역사에 영구적으로 각인된 것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이었다. 그는 서독 출신의 루돌프 크라이틀라인 주심에게 퇴장을 당했는데, 주심이 독일어로, 라틴은 스페인어를 쓰는 탓에 퇴장 이유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라틴은 통역사를 요청하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하고 농성을 벌였으며, 경찰이 출동해 그를 연행했다.

라틴은 그라운드를 나서는 과정에서 코너 플래그에 걸린 잉글랜드 국기를 구겼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해 마련된 붉은 카펫에 앉아 항의를 이어갔다. 훗날 라틴은 그 경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심판은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뛰었습니다."

그 소동이 남긴 유산은 작지 않았다. 심판과 선수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가 국제적 논란으로 번지자, FIFA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옐로카드와 레드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말 한마디가 통하지 않아 빚어진 혼란이,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축구장에서 통용되는 카드 판정 시스템을 탄생시킨 것이다.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는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의 선제골로 앞서다 스위스에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전까지 끌려갔으나, 훌리안 알바레스의 결승골과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추가골로 극적으로 승리를 낚아챘다.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의 상대는 잉글랜드다. 60년 전 라틴을 눈물짓게 했던 그 나라와의 재대결이다.

준결승은 16일 오전 4시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검은 완장을 풀고 다시 하늘색 유니폼을 입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전설이 끝내 이루지 못했던 그 날의 복수를 대신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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