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담합 등으로 조달청의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기업들이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처분 효력이 멈추는 점을 이용해 관급공사 수주를 이어가는 것이다.
13일 법조계·건설업계에 따르면 위법행위로 조달청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기업들이 법적 절차를 통해 장기 소송전에 나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대구의 중견 건설사인 화성산업(현 HS화성)도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뒤 취소소송과 가처분 신청으로 제재를 회피했다. 회사는 충북 옥천군 방하목교 건설공사에서 교각 하나를 설계도면보다 1m 높게 시공한 뒤 이를 은폐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 2020년 11월 조달청으로부터 8개월간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곧바로 집행정지를 신청해 처분 효력을 멈춘 뒤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화성산업은 2022년 3월 1심에서 패소한 뒤에도 항소와 함께 다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결국 2024년 2월 패소가 확정되면서 조달청 처분은 다시 효력을 갖게 됐지만, 최초 처분 이후 이미 3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재판부는 화성산업이 허위 서류를 작성해 발주청을 속이고 추가 계약으로 공사금액까지 늘렸다며 부도덕성이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화성산업은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입찰 제한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해 제재로 인한 타격을 축소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법적 대응은 건설업계 전반에서 관행처럼 활용되고 있다. 조달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가 관급공사 등 사업권을 따낸 사례는 1천322건, 1조6천205억원 규모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집행정지 신청 538건 가운데 429건이 받아들여져 인용률은 79.7%에 달했다.
입찰 제한 처분에 불복한 업체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률은 89.7%로 집계됐으며, 본안 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된 비율은 12.0%에 불과했다. 집행정지 단계에서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최종 판결에서는 정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엇갈린 결과가 반복되는 셈이다.
문제는 기업이 최종 패소하더라도 소송 중 이미 따낸 관급공사는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재 대상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수단이 되고, 행정처분은 실효성을 잃게 된다. 전문가들은 부실시공과 담합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고, 제재 근거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달청 자문위원을 지낸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업체에 대한 제재 주요 사유를 시행령에서 법률로 상향 입법해 가처분 결정에 영향이 미치도록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삼성 초기업 노조 "호남 반도체, 조합원 84% 반대…교섭으로 다룰 것"
"노무현이 봤으면 반겼겠나"…아님 말고식 '무섭노 일베몰이', 사과조차 없다[금주의 정치舌전]
"AGT vs 모노레일" 대구 도시철도 4호선 재검토, 걸림돌은?
노란봉투법 '부메랑'…삼성 노조,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제동
사관학교 통합? ROTC는 어쩌고? [가스인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