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지만 해마다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기고 노사 대립 끝에 표결로 결론을 내는 현행 결정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세 자영업자는 지불 능력의 한계를 호소하고 저임금 노동자는 생계비 보장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같은 '을(乙)'들이 맞서는 소모적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수정안을 거듭 내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지난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40년 가까이 큰 틀이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은 대폭 인상을, 사용자위원은 동결이나 최소 인상을 각각 주장하면서 실질적인 합의가 쉽지 않다. 올해 역시 제14차 전원회의까지 이어졌지만 끝내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고, 투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했다.
이 때문에 법정 심의 기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 최저임금위가 1988년 이후 법정 기한 안에 의결한 것은 9차례에 불과했다. 노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사실상 최종 결정을 주도한다. 일각에서는 정권 성향에 따라 최저임금이 좌우된다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도 제기된다.
위원 수가 지나치게 많아 효율적인 논의와 합의 도출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는 위원 수를 27명에서 15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프랑스는 전문가 그룹 5명, 독일은 7명, 영국은 9명 규모로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하는 점도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산정 기준을 객관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지만 구체적인 반영 기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노사가 서로 다른 통계와 논리를 내세우다 보니 막판 줄다리기와 '10원 단위' 협상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물가와 임금 상승률, 경제성장률, 고용 상황, 영세사업자의 지불 능력 등을 반영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결정 주기를 2~3년으로 늘려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랑스는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해 물가, 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자동 조정한다. 벨기에는 2년 단위로 갱신하되 물가 지표가 일정 수준 이상 변하면 수시로 조정한다.
회의의 폐쇄성도 개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 심의는 노사 모두발언 이후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법에 비공개를 의무화한다는 조항은 없다. 전 국민의 임금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주요 쟁점과 판단 근거를 공개해 '밀실 협상' 논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수결로 결정하는 구조인 탓에 서로 간극을 줄이는 소모적인 과정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라며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결정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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