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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할아버지의 시, 음악으로 이어갈 것"…이육사 종손녀 소프라노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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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등단작인 '황혼'…따뜻함 느껴"
"평화와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 기억해주시길"
8월 25일(화)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

이육사 증손녀 소프라노 이영규. 대구콘서트하우스
이육사 증손녀 소프라노 이영규. 대구콘서트하우스

말끔하게 다려 입은 수트에 머리를 매끈하게 넘기고 알 없는 안경을 쓴 '모던보이'. 말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대주호에, 말을 타고 백발백중 명중하는 명사수. 저항시인 이육사의 종손녀인 소프라노 이영규가 가족에게 전해 들은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이영규는 이육사의 모습을 기억하며 무대에서 그의 시를 직접 노래한다.

이영규는 오는 25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리는 '이육사 시노래 축제-강철 무지개' 무대에 오른다. 올해는 이육사 사후 동생 이원조와 문우들이 유고를 모아 펴낸 '육사시집' 초판본 발간 80주년이어서 더욱 각별한 무대다. 이영규는 이번 공연에서 '청포도', '황혼', '절정', '광야', '꽃' 등 이육사의 대표시를 노래한다.

이육사의 시를 음악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그는 자신이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할아버님은 크신 분이고 저는 작은 사람이라 제가 할아버님의 이름에 누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이육사의 시를 가곡으로 만들고 알리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후손이자 음악가로서 이 일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여긴다. 2022년 독창회에서 이육사 시가곡을 선보였고, 이육사의 삶을 다룬 창작오페라 '초인264'의 대본을 직접 써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오페라 대본 공모에도 당선됐다.

창작오페라 '초인264'를 준비하며 관련 책을 30권가량 읽은 그는 수필 '청란몽'과 '계절의 표정' 등에서 절망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인간 이육사를 발견했다. 옥고와 병마, 가난을 견디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희화화하고 꿈꾸는 것만으로 행복해했던 사람이다.

그가 이육사의 시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등단작인 '황혼'이다. 이영규는 "황혼을 부를 때 이육사라는 사람이 얼마나 따사로운 사람인가를 느낀다"며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절정'과 '광야'를 노래할 때는 강인한 저항정신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님의 시는 노래할수록 거대한 힘이 있다"며 "숨이 벅차오를 때가 많고 할아버님의 세계관은 정말 거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이가 이육사 시인. 이육사 문학관
독립운동이가 이육사 시인. 이육사 문학관
이육사의 종손녀인 이영규 소프라노.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이육사의 종손녀인 이영규 소프라노.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이번 공연의 부제인 '강철 무지개'는 이영규가 바라보는 이육사의 시 세계를 압축한다. "서릿발 칼날 진 그 위, 극한의 절망인 '강철' 한가운데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희망인 '무지개'를 쏘아 올리는 것"이 이육사의 시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상황에서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비극을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위대한 정신적 초극"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이육사의 시는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이영규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치열한 경쟁은 또 다른 의미의 '깜깜한 어둠'이자 '광복'이 필요한 현실"이라며 "할아버님의 시가 각자의 삶에서 어둠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는 평화와 자유의 의미를 되새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 땅에 내려진 평화와 자유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무대에서 그는 다시 할아버지의 시를 노래한다.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정장을 차려입던 모던보이였고, 그럼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한 인간이자, 끝내 꺾이지 않았던 시인의 목소리를 오늘의 관객에게 전한다. 이영규는 "성악가로서, 또 육사의 후손으로서 진심을 담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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