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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소방관이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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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대구북부소방서장 "조직 문화도 안전의 관점에서 살펴야"

이진우 북부소방서장
이진우 북부소방서장

소방관은 근무를 시작하며 차량과 장비의 상태를 살핀다. 보호장비에 이상은 없는지, 통신은 제대로 되는지, 현장에서 쓸 장비가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한다. 작은 결함 하나가 대원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미리 찾아 바로잡는 일은 소방 업무의 기본이다.

그런데 장비 점검표에는 나타나지 않는 위험도 있다. 직원이 부당하거나 불편한 일을 겪고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 후배가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을 무례함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오랫동안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이어지는 관행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런 문제가 쌓이면 동료 간 신뢰가 약해지고 조직의 대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직문화도 안전의 관점에서 살펴야 하는 이유다.

소방에는 분명한 계급과 지휘 체계가 필요하다. 긴박한 재난 현장에서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을 부른다. 다만 출동 현장의 지휘와 평소의 조직 운영은 같을 수 없다. 현장에서는 신속하게 지시하고 움직여야 하지만, 일상에서는 질문과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 경험이 적은 직원도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업무와 관계없는 요구는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분은 지휘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조직의 판단을 더 정확하게 한다.

재난의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한 사람의 경험만으로 모든 상황에 대응하기도 어려워진 만큼, 오늘날 소방 조직은 세대와 경력, 전문 분야가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일한다. 선배의 경험과 후배의 새로운 시각이 함께 쓰일 때 조직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개인 성향의 문제로 재단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조직문화는 회의와 업무 지시, 식사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 드러난다. 상급자에게는 가벼운 권유나 농담도 하급자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운 말로 들릴 수 있다. 회식과 친목 모임은 자율적으로 참여할 때 의미가 있다.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 태도나 조직에 대한 성의까지 다르게 평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갈등이나 고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로만 여겨서도 안 된다. 같은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당사자의 성격이나 적응 문제를 탓하기 전에 업무 관행과 관리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작은 문제라도 일찍 들여다 볼 수 있는 조직은 스스로 고칠 기회를 얻는다. 반대로 말한 사람이 불이익을 걱정하는 조직에서는 문제도 위험도 안으로 숨어든다. 조용하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조직이라고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관리자에게는 조직 안의 작은 불편을 살피고 갈등을 조정할 책임이 있다. 평소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적인 지시와 사적인 요구의 경계를 분명히 하며, 일상적인 업무 방식이 구성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것 역시 그 책임의 일부다.

시민은 가장 위급한 순간에 소방을 믿고 도움을 청한다. 그 믿음에 답하려면 소방관 역시 동료와 자신이 속한 조직을 믿을 수 있어야 하며, 조직문화 또한 현장 안전과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 분명한 지휘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고, 경험을 존중하되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소방은 더욱 정확한 판단과 긴밀한 협업으로 국민의 신뢰에 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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